교토에서 온 편지

장편 쇼케이스

김민주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01min 52sec (E)

SYNOPSIS

첫째 혜진은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랐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가장으로서 집안을 책임지고 있다. 둘째 혜영은 꿈을 향해 영도를 떠났지만, 서울에서 좌절 후 다시 돌아와 가족을 만난다. 셋째 혜주는 영도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나이이다. 가족들 몰래 춤을 추며 혜영처럼 꿈을 키워 간다. 그리고 엄마 화자는 남편을 잃고 세 자매를 키우며 영도에서 모든 세월을 보냈다. 서울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던 혜영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가족 틈에서 혜영은 겉돈다. 그러다 우연히 화자의 방에서 일본어로 쓰인 편지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화자와 시간을 보내게 된 혜영은 몰랐던 엄마의 과거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과거를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한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민주

김민주

2014 취업의 정석
2016 Teach Me
2018 김희선

STAFF

연출 김민주
제작 배소현
각본 김민주
촬영 김선형
조명 홍초롱
편집 김민주
음악 권현정
미술 우월숙
출연 한선화, 한채아, 차미경, 송지현

PROGRAM NOTE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특정한 이미지를 갖는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누아르 스타일의 작품들. 그것이 모여 구축한 부산성(性)에서 일종의 독소를 지워 내려면 여성의 자리가 들어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토에서 온 편지>는 하나의 전범(典範)이 될 법하다. 혜영이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세 자매와 어머니가 함께 지내게 된다. 수십 년을 가족으로 지낸 사람들의 편안함과 불편함이 새삼 부딪힌다. 가족 드라마는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스케치 정도로 과소 평가되곤 한다. 가족 드라마의 가치는 그것이 가족의 역사물을 구성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군데군데 이가 빠져 성긴 부분도 많고, 감정의 흐름이 들쑥날쑥할 때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의 숨결을 한데 모아 놓으면 어지간한 서사는 견줄 바가 못 된다. 부산의 영도라는 공간은 어머니 화자와 세 자매가 떠나지 못하도록 옭아매는 존재다. 낡은 집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온 까닭에 그들은 서로를 잘 알면서도 모른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화자가 어릴 적 일본에서 오며 겪은 세월을 세 딸은 확실하게 알지 못하며, 작가로 살아온 혜영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언니의 처지를 실감할 수는 없다. 자기 삶의 공간에 여백을 마련하면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족의 역사가 꼭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떠나온 자는 돌아가고,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떠나면서 그들의 자리가 재편된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새로운 드라마, 새로운 역사가 문을 여는 것이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