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리 마을잔치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강진아 | 2011|Fiction|Color|HD|38min

SYNOPSIS

이 영화는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 여인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인의 모습은 그 사람들의 머릿수만큼 다양합니다.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 나가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상상의 끝에 만나는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너무 쉽게 각자 마주한 사람을 단정 지으며 살아갑니다.

DIRECTOR
강진아

강진아

2000 <장난>

2005 <팡팡퀴즈쇼 커플예선전>

2007 <네쌍둥이 자살>

2009 <백년해로외전>

STAFF

연출 강진아
제작 이승복
각본 강진아
촬영 김종선
편집 이연정
미술 김승경
음향 심현주
출연 선종남, 박명신, 장원영, 민성욱, 현숙행, 오대환, 박미현, 김진경, 김예리, 최은아
동시녹음 심현주 문소연

PROGRAM NOTE

‘이 영화는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작은 꽃무늬의 천에 자막이 오르며 시작하는 영화는 바로 이어지는 TV속 지역 소개 프로그램의 리포터를 비추며 ‘이 여자에 관한 이야기인가?’하는 트릭을 이용해서 구천리 마을의 상태를 설명한다. 마을잔치는 끝이 나고 이어 발견되는 시신. 검은 비닐봉지 사이로 여인의 가슴이 드러나고 가슴 옆에 점을 둘러싼 다섯 명의 마을 잔치 멤버들은 ‘신애’라는 이름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 위로 한 여인의 여러 모습이 이어지고 ‘구천리 마을잔치’는 이 토막 난 시체로 추정되는 ‘신애’에 관한 이야기임을 흘린다. 그날 밤, 살인사건과 마을 지원금 사이에서 고심 중인 다섯 사람들.
갑작스런 경찰의 등장과 신고자의 색출 그리고 창고에서의 회의. 서서히 신애를 둘러 싼 증언들이 폭로 된다. 신애를 기억하는 모든 다른 모습들과 각각 다른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신애의 모습들. 누가 누군 가를 기억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이장-숙행-병재-형근 엄마>로 이어지는 증언은 <치정-질투-폭력-돈과 청부>라는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며 ‘신애’라는 존재를 다른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지명수배자 전단지와 라면 사이 모인 여섯 명의 마을 사람들은 신애에 대한 다른 평가와 함께 같은 음식을 섭취-흡입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신애’라는 존재를 ‘보상’이라는 목적에 맞게 소화해 내야 한다. 청년회장 김용의 정리와 이어지는 숙행의 결론은 명쾌하다. 묻어야 한다. 여기서 유유히 어떤 상태인지 모를 신애는 찬란한 햇살 속에서 손톱을 깎고 있다. 환한 낮이고 신애의 얼굴을 확인 할수 없는 뒷모습이다. 닭도 울지 않는 새벽에 여섯의 사람은 논길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땅을 파고 검은 봉지들을 땅에 묻는다. 동시에 빈 읍내의 길에는 여러 신애가 하나씩 하나씩 길 위에 나와 걸어가고 무려 십여 명의 신애가 달리기 시작한다. 웃으며, 웃으며 신애들이 읍내를 달린다. 북, 징, 꽹과리가 휘모 리를 마치면 혼자인 신애가 역시나 뒷모습으로 가방을 들고 읍내의 길을 걸어 멀어져 간다. 죽었다는 신애가 마을을 뜬다? TV에 방영되는 구천리의 마을잔치 모습. 첫 시작에서 보았던 그 리포터와 마을 사람 들이 보인다. 이 TV가 틀어져 있는 곳은 신애의 집이다. TV로부터 물러서며 어질러진 신애의 집이 보이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끝이 나고 당연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신애는 정체가 뭐지? 신애가 이장도 병재도 좋아하지 않았다면 왜 관계를 맺은 거야? 신애는 왜 형근 엄마에게 지명수배 전단지를 가져오게한 거지? 대체 김치 냉장고는 왜 잠군 거야? 신애는 정말 죽은 걸까? TV는 누가 틀어 놓은 걸까? 그럼 그들이 묻어버린 신애라는 존재는 신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상당히 현대적인 연극 장치 속에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충돌과 유머는 유쾌하다. 쉬지 않고 흘러가고 캐릭터와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공들인 장르영화의 만듦새는 탄탄하며 유유히 손톱을 깎는 신애의 뒷모습은 살의를 느낄 만큼 황홀하다. 다가서지 않는데 다가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은 아마도 그녀 위로 올라탄 빛 때문이 었을까? 하나의 ‘사연’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기억법과 그들을 기억하는 한 사람의 대처법은 서로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분명히 시작할 때 한글로는 ‘한 여인에 관한’이라 하지 않고 ‘한 여인의’라고 했단 말이지. 지금 밟고 있는 이 여인의 꼬리는 몇 번째 것이더라?

이난/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