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대한 예의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장편

권경원 | 2017 | Documentary | Color+B&W | DCP | 90min 54sec (K) | 새로운선택상

SYNOPSIS

1991년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던 11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국가는 모든 죽음의 책임을 스물일곱의 강기훈에게 전가했다. 유서를 대신 써주고 죽음을 방조했다는 사법사상 유일무이한 혐의였다.
최종 무죄가 선고된 것은 24년이 흘러서였다. 진범은 국가였음이 밝혀지던 순간 그는 간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스무 해를 넘도록 되풀이해야 했던 말들을 멈추고, 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1991년 살아남았던 또 다른 젊은이들이 봉인해 둔 기억을 증언한다.

DIRECTING INTENTION

'삶이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는 것들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기억하는 방식이다.' 부박한 역사 속 개인의 고독을 마법처럼 풀어낸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그의 자서전 첫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올해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30주년, 지금의 이 시간의 삶들이 1987년 이한열의 죽음 이후일 뿐만 아니라, 1991년 김귀정의 죽음 이후이기도 하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면, 당시 강기훈을 포함한 허망한 죽음 곁의 인물들이 어떻게 삶을 견디고 기억해왔는가를 스크린까지 옮겨내는 것이 두 번째의 미션이었다. 그 미션은 제법 고된 일이었지만, 방황할 일은 없었다. 4년 전 작은 밥집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것 같았던 강기훈의 기타 연주가 내게 등대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2017 제04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

DIRECTOR
권경원

권경원

2001 <새천년 건강체조>

 

STAFF

연출 권경원
제작 양정화
각본 권경원
촬영 고명욱, 최주영
편집 노유정
음악 양정원
엔딩곡(보컬) 장기호(빛과 소금)
인형극 문재희
일러스트레이션 박재준
내레이션 정형석
출연 강기훈, 강은옥, 고상만, 권혜진, 김구일, 김선택, 김진숙, 박홍순, 송상교, 송소연, 염규홍, 이보은, 이부영, 이석태, 이옥자, 정현아, 채수진, 최은희, 최재인

PROGRAM NOTE

1991년 5월. 국가권력의 폭력 속에 그해 한 달 동안, 무려 열 한 명의 청춘이 목숨을 잃었다. 시위현장에서 무자비한 폭력 속에 쓰러지거나, 영문 모를 주검으로 의문사하거나, 또 혹은 그 모든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거나 투신하였다. 이른바 ‘분신정국’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전민련 김기설 씨의 죽음이 함께 일했던 동지들에 의해 강요되고 방조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김기설 유서 대필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이십 대 중반의 청년, 강기훈이 유서 대필자로 지목되어 수감된다. 폭력적인 권력과 그 하수들이 만들어낸 상상을 뛰어넘는 조작극이었다. 그로부터 이십 육 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갔다. 대학가의 풍경은 91년 청년들이 투쟁하고 부대끼던 시대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하였다. 이제는 누가 오월의 열사들을, 그리고 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인가. 영화 <국가에 대한 예의>는 유서 대필자로 처벌받았던 강기훈 씨의 현재를 기록한다. 그는 당시 3년형을 살았고, 이후 오랜 법정 투쟁 끝에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그는 암 투병 중이지만, 뒤늦게나마 청년 시절부터 좋아하던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시대적 폭력이 앗아간 청춘의 꿈과 상처에 대한 회한과 기억, 그리고 희망들. 이 영화는 이제는 잊혀진 지난 시절, 격렬히 저항하고 부대끼며 살아왔던 선배들에 대한 기억이자 증언이며 현재를 숙고하고자 하는 영화이다.

정지연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