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정여름 | 2020 | Experimental | Color+B/W | DCP | 33min 5sec (E)

SYNOPSIS

우리 동네에는 미군 기지가 있다. 이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동네를 돌며 하는 증강현실게임에는 나와 같은 모습을 한 군사들이 있다. 군사들은 길도, 울타리도 없는 곳에서 폭력의 상징을 기준 삼아 주류한다. 영화는 자기 충족적인 예언에 기댄 미국과 미군의 공중누각을 관음하는 데서 출발하여 한 장소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은밀함을 조망한다. 새들의 소리 없는 비상이 기류를 알려 주듯 어떠한 징조는 보이는 것을 앞지른다.

DIRECTING INTENTION

‘포켓몬고’라는 증강현실게임을 하다가 미군들이 등록해 둔 기지 영내 모뉴먼트를 발견했다. 이곳은 한국 지도에 표기되지 않는 영역이다. 군사 지역은 기밀이므로 민간인이 사용하는 지도에서는 녹지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포켓몬 세계에 등록된 모뉴먼트를 통해 어느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면 기지는 보이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것일까? 동네를 둘러싼 내밀한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을 서두로, 한 장소의 작동 원리를 해석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2020 제24회 인디포럼
2020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2020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0 제3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DIRECTOR
정여름

정여름

 

STAFF

연출 정여름
제작 안지환
각본 정여름
촬영 안지환
편집 안지환
음악 안예슬

PROGRAM NOTE

정여름 감독의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은 접근이 금지된 장소로 떠나는 비밀스러운 모험 같은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용산 미군기지’는 다가갈 수 없는 낯선 장소일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존재하지만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심지어 구글맵의 로드뷰나 항공뷰로도 볼 수 없는 곳 말이다.
물론 엄연한 군사시설이니 평범한 민간인의 접근이 쉬울 리는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의외로 간단한 수단을 동원해 디지털 세계의 우회로를 찾아낸 뒤, 단단해 보이는 현실에 작은 빈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용산 미군기지 속에 감춰진 낯설고 이상한 풍경을 몰래, 또는 대놓고 관찰한다.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동맹 관계를 새삼 재확인할 수도 있고, 일상의 평온한 모습으로 위장한 폭력의 스산함을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맥락 속에서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읽어 내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이 현실의 엄격한 질서를 ‘해킹’으로 교란하며 어떤 위반의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김보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