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가게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부문 장편

이숙경 | 2018| Documentary | Color | DCP | 72min 57sec

SYNOPSIS

자원 없는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모여 8년째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소풍가는 고양이’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2014년 봄, 매출 천만 원이 안 되던 작은 가게는 3년 뒤 매출 5천만 원을 돌파했다. 그 사이 가게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이 영화는 작은 가게가 성장하는 동안 돈벌이와 인간다움 사이에서 진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DIRECTING INTENTION

4년 전, 나는 가게가 지금보다 훨씬 작고 매출이 적었을 때 촬영을 시작했다. 광속경쟁의 도심 한복판에서 ‘일터’이자 ‘학교’가 되기를 꿈꾸는 가게는 어딘가 외롭고 위태로워 보였다. 어쩌면 가게가 망하는 과정을 찍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가게는 문을 닫지 않았고, 심지어 3년 사이 매출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가게는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매출이 오를수록 가게 구성원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4년 동안 나는 작은 가게가 앓았던 몸살, 돈벌이와 인간다움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많은 질문들과 마주했다.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세상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회 정선여성영화제
2018 제9회 광주여성영화제

DIRECTOR
이숙경

이숙경

2007 <다시>

2008 <어떤 개인 날>

2012 <간지들의 하루>

2013 <하소연>

 

STAFF

연출 이숙경
제작 김혜정
촬영 김구영
편집 이숙경
출연 씩씩이, 홍아, 쫑, 매미, 혁, 차차, 나무, 원주

PROGRAM NOTE

대학에 가지 않은 아이들의 자립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 고양 이’. 귀여운 로고처럼 푸르지만, 개성도 강한 아이들이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몸 움직이기가 불편하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큰 가게로 확장하고, 매출액 증대를 위해 전문적인 조리사를 채용한다. 보통의 가게나 기업이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이러한 과정이 ‘소풍가는 고양이’에겐 어떤 불순한 공기를 유입시킨다. 머물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남은 아이들은 표준화된 공정에 맞춰 신속하게 움직일 것 등을 요구받 는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울퉁불퉁한 돌멩이 같던 아이들을 맨질맨질한 일반인으로 변화시 키기 위해 세워진 기업이었을까, 나는 질문해 본다. 적어도 사회적 기업이라면 기대 이상의 매출액 달성을 첫 번째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어야 했다. <길모퉁이가게>는 ‘소풍가는 고양이’ 를 거쳐 간 아이들이 경험한 실낙원의 기록이다. 아이들이 어울려 살며 숨 쉬던 공간이 기계적 작업장으로 변해간다. 고성이 난무하고, 아이들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 퇴근한다. 그 고통 스러운 풍경을 담은 <길모퉁이가게>는 한국 사회가 잊으려 애썼던 또 하나의 진실을 전한다.

이용철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