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경쟁단편

이다나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9min 18sec (E)

SYNOPSIS

11월의 어느 토요일. 김장을 하기 위해 시골 외갓집에 가족들이 모였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함께 일손을 도우러 온 영주. 영주는 배추를 확인하러 나섰다가, 십 년 만에 외갓집에 방문한 이모 남편과 맞닥뜨리고 만다.

DIRECTING INTENTION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풍파를 겪은 후에 일은 더욱 단단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를 잘 덮었을 때의 일이다. 상처를 제때 제대로 덮지 못했을 때, 멀쩡해 보이는 땅 표면 아래 황폐하고 마른 흙이 이 가족의 모습이다. 짠물에 절여지고 빨간 양념에 버무려지고 끝내 묻히는 김장은 이 가족의 비밀과 닮아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2017 제19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DIRECTOR
이다나

이다나

2013 <구원의 밤>

STAFF

연출 이다나
제작 김지현
각본 이다나
촬영 이종민
편집 양다영
조명 강경근
음악 최경식
출연 한태은, 안민영

PROGRAM NOTE

어느 시골 집, 하나 둘 모여드는 친척들 사이에서 영주의 눈빛이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흔들린다. 함께 모인 친척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불안과 불편함의 원인은 모인 친척들 간의 대화를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친척들은 여전히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리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외면하고자 한다. 당사자인 영주는 누구보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가족이기에 김장김치를 땅속에 묻듯 묻어야 하는 것일까. 갈등하던 영주는 결국 결단을 내린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공동체를 이루는 개개인들은 어쩌면 많은 것을 포기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여전히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 혹은 신화의 영역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관념적으로 자리잡아온 이러한 가족신화는 실제로 가족공동체가 강한 결속력으로 유지되게 하는 힘으로 작동된다. 결국 그 힘은 불합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은 부조리한 사건들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김장>은 이러한 가족공동체의 불합리성을 꼬집으며, 신화가 아닌 실재하는 가족공동체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권현준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