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박송열 | 2021 | Fiction | Color | DCP | 89min 46sec (E)

SYNOPSIS

실직 상태인 영태와 그의 아내 정희. 영태와 정희는 그저 동네를 산책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점차 생활비가 쪼들린다. 부부는 힘들어도 사채는 절대 쓰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사채는 구원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날 정희 모친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인다. 영태는 다른 형제들이 모두 생일 선물로 두둑한 돈을 준비해 왔음을 알게 된다. 영태는 정희에게 카드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서 돈을 준비하자고 하지만 정희는 비싼 이자에 주저한다. 결국 이들 부부만 선물을 못 주고 생일 파티를 치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태는 초라함을 느낀다. 영태는 괜스레 정희를 탓한다. 이에 정희는 화가 나고 홧김에 사채를 빌리러 간다.

DIRECTING INTENTION

실직 상태에 빠진 부부의 이야기로서 생활이 위태롭게 되면서 겪는 일련의 괴로움으로부터 어떻게 빠져나오는지에 대한 구원을 묻는 영화.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송열

박송열

2013 밤과꿈
2018 가끔구름
2021 외식

STAFF

연출 박송열
제작 원향라
각본 박송열, 원향라
촬영 박송열
편집 박송열, 원향라
조명 박송열
출연 원향라, 박송열

PROGRAM NOTE

영태와 정희 부부는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 수 있는 여러 일을 해 왔고, 지금도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영태는 아는 형에게 카메라를 빌려줬다가 황당한 이유로 되돌려 받지 못한다. 정희는 악화 일로의 가계 상황 때문에 난생처음 사채를 쓰고 혼자 끙끙 앓는다. 돈과 구원, 이것이 문제다. 영태의 말마따나 “먹고살기 위해서는 서로 주고받는 교류라는 걸 해야” 한다지만 교류에는 도덕과 윤리 세계를 위협하는 사악한 위험이 도사린다. 돈 버는 일의 무서움 앞에서 이들은 시험에 빠졌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정말 대단하게도 그들은 매번 자기 구원의 길을 지켜 내며 결코 위협에 지지 않는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적극적으로 자기 앞의 불명예를 거부한다. 소박한 이들의 저항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 고정된 셀프카메라 촬영에 착안해 영화를 만들어 보자 했던 박송열, 원향라 두 창작자에게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그들 식의 교류와 구원의 방편이자 영화로 입증한 결과물이다. 인물들이 해 보이는 대화, 침묵, 시선, 동작은 억지나 과장됨 없이 유머와 서글픈 정조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특히나 여러 번의 타블로는 영화에 복합적인 아이러니를 불러내고 정지 상태가 되레 영화의 흐름과 물꼬가 돼 주는 희한한 순간이 된다. 연출, 이미지, 연기의 미니멀리즘이 만들어 낸 훌륭한 예가 도착했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