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봄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박성용 | 2005 | Fiction | Beta | Color | 26min | 특별언급

SYNOPSIS

케이블 TV 시사 프로 기자인 명진은 남대문의 에로 극장에서 노인들을 취재한다.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는 것을 보던 명진은 갑작스런 인터뷰 지시로 낯선 아파트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옛 연인이었던 미연을 스쳐 보낸다. 우연히 보게 된 그녀의 집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는 명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 짓지만 곧 크나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시간은 봄이었고, 모든 것은 낯설어 있었다. 욕망이든 꿈이든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지나간 일을 아쉬워하며 알 수 없는 질투로 살아가던 시기. 신문에서 우연히 성인극장을 드나드는 노인들의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 기사는 묘하게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들보다 죽음에 가까워져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위로하게 되는 짧은 순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DIRECTOR
박성용

박성용

1999 < Riders on the Storm >

2002 < The Rain >
2003 < Alice under the Time >

 


 

STAFF

연출 박성용
각본 박성용
편집 박성용
조연출 안혜신
프로듀서 유지원
촬영 김일연
조명 박찬윤
음악 박경준
음향 배종율, 김효정
미술 윤선영
출연 라경덕, 신윤주

PROGRAM NOTE

어떤 일에서 비롯되었던 간에,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낯선 봄은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포착해 냄에 있어 단순 사건나열이 아닌, 사람과 공간과 사건을 촘촘히 맞물려 놓아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삼류 에로극장과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취재 중인 주인공은 우연히 그리운 옛 애인의 거처를 알게 되고,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가게 된다.  그녀의 체취가 강하게 남아있는 그곳에서 어쩌면 잠시나마 그녀에 대한 욕망을 꿈꾸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욕망조차 제대로 분출해내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을 싸는 실수를 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강한 수치스러움과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그가 취재하고 있는 에로극장은 외롭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하릴없는 노인들이나 드문 찾아오는 곳으로, 더럽고 후질근한 화장실에서까지 얄팍한 욕정을 해결하고자 아둥되는 노인을 마주하는 순간, 그 곳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렇다고 과감히 벗어나지도 못하는 그의 삶이 공간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해 봄은 그렇게 시작보다는 끝이, 희망보다는 절망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낯선 봄’ 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지 않는가? 한껏 쏟아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 그의 얼굴로 비치는 햇빛이 따사롭다.

이민희 / 서울독립영화제2005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