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점 본 얘기 해 줄까?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본선경쟁(중편)

김태봉 | 2006 | Fiction | HD | Color | 29min 20sec | SUBTITLE:ENGLISH

SYNOPSIS

봄방학을 맞은 다섯 친구들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동갑이다.
여느 때와 같이 하릴없이 카페에 모인 친구들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 ‘성미’는 평소와는 달리 말이 없고 우울해 보인다. 사연인 즉, 지난주에 재미삼아 친구와 함께 점을 봤는데, 점쟁이가 성미한테 20살이 되면 자살할 거라는 미래를 점 쳐줬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처음에는 성미를 위로하다가, 이내 알지 못할 모험심이 발동하여 급기야 그 점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른 봄비를 맞으며 찾아간 이태원의 한 점집. 처음의 의기양양하던 모습들은 어디로 갔는지 점을 보고 나온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이 없고, 점꽤를 발설하지 말라는 점쟁이의 경고를 어긴 친구들은 가벼운 위기에 처해진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거리를 방황하던 친구들은 각자 갈 길로 흩어진다.

DIRECTING INTENTION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20살에는 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20살 혹은 성인의 문턱은 사회적으로 허락된 자유를 얻는 반면, 타협과 포기를 배우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긴장을 만들어주는 점쟁이의 ‘저주’란 결국 다섯 친구들, 그들의 일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태봉

김태봉

1999 <덩크슛>

1999 <해바라기> 

2003 <담배
한까치 3 30초> 

2003 <눈 깜짝할
사이>

2004 <출근길>

2004 <벤치>




STAFF

연출 김태봉
각본 김태봉
촬영 이병한
편집 김태봉
조명 이병한
미술 정하린
음향 홍상우
출연 이정아

PROGRAM NOTE

<내가 점 본 얘기 해줄까?>를 이끌고 가는 인물들은 20살을 앞둔 고등학생이면서, 서로 친구이다. 누군가가 짜놓은 내일을 위한 설계도 따윈 관심이 없는 이들, 그러던 그들이 성미가 20살에 자살한다는 예언에 자극받아 그 점집을 찾는다. 단 몇 분 만에 소원도 들어주고, 친구들 간에 관계도 뒤흔들며, 아득한 미래를 말해주는 점쟁이 아줌마의 카리스마. 석연치는 않지만, 친구들은 점을 보고 난 후 잠시나마 서로를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결국 을유년인 올해를 원숭이해라고 자신 있게 말한 아줌마의 허점 덕분에 희비가 엇갈리는 미래는 정확히 현재의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20살을 기다리는 시간. 수많은 일상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영민이는 어쩌면 학교를 짤릴지도 모른다. 홍래는 엄마의 기대를 시원한 바람 속에 은근히 놓아버린다. 정아는 팍팍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활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종범이는
조만간 인터넷이 끊기는 중벌에 처해질지도. 그러나 정작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성미가 5cm 더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원한 것처럼,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희망을 찾아갈 것이다. <내가 점 본 얘기 해줄까?>는 성장기에 놓인 청춘들을 규범 하는 것들과 - 그것이 학교든, 사회든, 가족이든, 신통력 있는 ‘점’이든 - 일상을 담아내며, 결국 누구나 삶을 유유히 걸어가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매우 대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하나의 해프닝을 통해 진중하게 발견하고 있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06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