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단편

이대영 | 2015 | Fiction | B&W | DCP | 14min

SYNOPSIS

탈북소년 민혁, 남한에서 9분간의 설장고 단독 공연을 시작한다.
장구소리를 따라 엄마와의 목숨을 건 남한행 과정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DIRECTING INTENTION

장구소리, 그 한의 정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5 제7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대상

DIRECTOR
이대영

이대영

2011 <내 새끼>

2011 <사정>

2013 <그녀의 냉면 계산법>

STAFF

연출 이대영
제작 장재현
각본 이대영
촬영 권영일
편집 황이슬
미술 이안젤라
동시녹음 정태인
출연 김영탁 권교휘 박성아

PROGRAM NOTE

달리기 하면 으레 가을 운동회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유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을 건너는 탈북자들이 그런 경우다. <달리기>는 달리기가 꿈인 북한 소년 민혁이 탈출하는 과정에 오롯이 초점을 맞춘다. 중국 원난성에 사는 민혁은 맨발로 달리기 연습을 한다. 남한에서 달리기로 올림픽 대회에 나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 꿈을 실현하고자, 어린 민혁은 중국 라오스의 국경지대에서 어머니의 장구채를 보따리와 함께 가슴에 매고 달린다. 하지만 보따리를 떨어뜨린 후 다시 돌아와 줍는 바람에 군인의 총에 맞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어머니는 아들 민혁을 살리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어머니의 소중한 꿈을 지키고자 했던 민혁의 선택은 불행히도 어머니를 죽음으로 이끈다. 이를 탈북자의 체험담으로 본다면 익숙한 휴머니즘이 테마나 소재일 수 있지만, 장구와 소년의 달리기라는 뜻밖의 조화를 통해 상실과 절망의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장구를 치는 청년 민혁(현재)과 질주하는 어린 민혁의 모습(과거)이 지속적으로 교차편집 되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낳는다. “궁, 따, 덩” 울리는 장구 소리는 때로는 시공을 초월해 어린 민혁의 심장처럼 격렬하게 요동친다. 때로는 그 울림이 청년 민혁의 회한을 담은 울음처럼 퍼져간다. 결국 남한에서 설장고(농악의 판굿에서 장구잽이가 혼자 장구가락으로 솜씨를 보이는 놀이) 단독 공연을 하는 청년 민혁의 장단은 한풀이를 하듯 어머니의 죽음을 위로한다. 그녀의 꿈과 유산을 아들이 직접 실현하는 순간, 불현듯 참혹한 상흔(찢어진 장구와 핏방울)이 깃들고 어느덧 영화는 어머니를 위한 애가로 변모한다.

전종혁/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