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박명진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64min 17sec

SYNOPSIS

<박치기>, <훌라 걸스> 등의 영화를 제작한 프로듀서로서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자이니치(재일교포) 영화 제작자 이봉우 씨. 그는 영화를 단지 ‘보는’ 것만이 아닌, 영화관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영화관이 없는 마을에 영화를 전하기 위해 일본 최초의 이동 영화관 ‘모모’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3.11 지진 쓰나미 재해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마쓰시마 지역을 방문하여 도호쿠영화제를 개최한다. 바닷가에 인접한 마쓰시마에서 지내는 5일간, 이봉우 씨와 MoMO의 스태프들은 재해를 딛고 일어서려는 주민들을 만나 소박하지만 희망과 격려를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영화제를 즐긴다.

DIRECTING INTENTION

인정받는 영화 제작자였으나 한때의 실패를 겪은 뒤 재기를 도모하는 이봉우 씨와 3.11 재해 이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도호쿠 지역의 주민들의 모습이 겹쳐, 영화와 영화관이 전하는 희망과 용기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박명진

박명진

STAFF

연출 박명진
제작 박명진
촬영 박명진
편집 박명진
음악 정교임
출연 이봉우

PROGRAM NOTE

Moving on Movie Oasis. 움직이는 영화라는 이름의 오아시스. 줄여서 ‘MoMO’라 불리는 이것은 이동 영화관이다. 1990년대 일본에 한국영화들을 소개했고 명동 한복판에 일본영화전용관까지 운영했던 재일교포 프로듀서 이봉우는 3.11 이후 폐허가 된 미야기 현에서 이 이동 영화관을 이용한 작은 영화제를 기획한다. 에어돔이라 불리는 거대한 풍선 모양의 돔과 계단식 이동 좌석, 이동 스크린으로 이루어진 모모를 통해 이봉우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 보기를 제안한다.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관이 들어서지 못하는 오지를 돌며 시대와 장르, 주제를 불문한,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아이디어는 틈새시장 공략을 콘셉트로 한 사업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문화 운동이다.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가 다루는 것은 틈새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 이동 영화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터진 3.11 쓰나미 이후 모모가 일본인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의 가능성이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강퍅한 현실을 잠시 잊거나, 공동체적 연대를 고무할 수 있을까? 이봉우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본디 엔터테인먼트로 출발한 영화의 태생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집단 관람’이라는 향수의 방식이었다.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는 번듯한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영화관이 찾아감으로써 영화 보기가 주는 원초적 쾌락을 상기시킨다. 모모가 찾아간 미야기 현의 작은 마을들에서 비록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가족 단위로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의 상기된 표정은, 영화 안에서 이봉우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익숙한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는 상상하기 힘든 참혹함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의 인간들이 있다. 모모는 소통을 열망하는 이봉우의 꿈과 영화관에 들어선 관객의 꿈이 만나는 빛나는 순간을 보여 준다. 대단한 사건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지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이다.

장병원/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