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는 밤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김종관,장건재 | 2020 | Fiction | Color | DCP | 69min 18sec

SYNOPSIS

중년의 여인이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린다. 그녀는 마을 길을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리고 여인은 자신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느낀다. 여인은 죽음 너머 삶의 흔적들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서울에서 학교를 마치고 고향인 무주로 돌아와, 군청에서 일하며 혼자가 된 엄마와 살고 있는 민재. 엄마는 민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못마땅하다. 민재의 오랜 고향 친구이자 애인인 태규는 편찮으신 할머니를 간병하며, 조부모의 오래된 집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 친구 경윤이 민재를 찾아온다.

DIRECTING INTENTION

빈집은 누군가가 떠났거나 죽었거나, 집이 허물어져 버려진 공간이다. 누군가 누웠던 자리에 거미가 집을 짓고, 누군가의 삶이 떠난 자리에 먼지들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텅 빈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환영처럼 삶의 자리들이 보인다. 폐허의 아름다움은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는 자취 때문이다. (김종관)
무주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 그리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장건재)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종관

김종관

2010 조금만 더 가까이 
2016 최악의 하루
2017 더 테이블
2019 아무도 없는 곳

장건재

장건재

2009 회오리 바람
2012 잠 못 드는 밤
2014 한여름의 판타지아

STAFF

연출 김종관, 장건재
제작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문화재단
각본 김종관, 장건재
촬영 지윤정, 문명환
편집 원창재, 이연정
조명 이상준, 정한별아
음악 모그 줄리, 이민휘
미술 박현영, 유정은
출연 김금순, 안소희, 강진아, 곽민규

PROGRAM NOTE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감성으로 독립영화계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로 활동해 온 김종관과 장건재가 만났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장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달이 지는 밤>에서 두 감독은 각각 러닝타임 30분의 중편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조건은 무주라는 공간과 죽음이라는 테마 정도였던 것 같다. ‘달이 지는’ 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밤과 낮이 자리를 바꾸는 새벽 무렵일 것이다. 새벽은 혼령들이 돌아가는 시간, 인간에게 낮의 시간을 내주고 자신의 자리로 길 떠나는 시간, 인간과 혼령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새벽의 어스름한 시간은 가장 극적이고 영화적인 배경이 된다.
김종관의 영화에서 무속인 엄마는 딸의 혼령을 만나기 위해 폐가에 들어간다. 갑자기 떠난 딸을 불러내는 엄마의 초혼은 처연하다. 폐허가 된 집에 불려 온 딸은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과 자신의 죽음을 응시한다.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들의 스침은 처연하고 스산하면서도 아름답다. 장건재는 무주의 공간을 좀 더 넓게 담아낸다. 시장과 마을 가게, 주민센터, 농가, 밭 등 무주의 일상적인 공간 속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 물론 여기에도 죽음은 존재한다. 그러나 죽음은 슬프기는 하지만 두려운 대상은 아니다. 그저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노인 내외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가 섞여 무심히 새벽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이 혼령들의 발걸음 속에서 정서적 충격과 함께 알싸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너무도 영화적이고 아름답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을 찾지 못하겠다.

맹수진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