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경쟁단편

김건희 | 2017 | Documentary | Color+B&W | DCP | 37min 40sec (K, E)

SYNOPSIS

단산 위에 당집이 있어 붙여진 이름의 ‘당산(堂山)’에는 53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지대가 낮아서 1920년대 대홍수로 당산이 잠겼던 때, 사람들은 은행나무에 매달려 살 수 있었다. 20년 동안 살았던 도시 당산을 다시 찾았다.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을 중심으로 뻗은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들, 무너지는 소리는 당산의 풍경에 균열을 냈다. 당산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DIRECTING INTENTION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에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도시 ‘당산(堂山)’은 감독이 태어나고 20년을 자란 도시다. 당산에 대한 기억은 번화가나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둘러 싸여 있거나 대기업 고층빌딩 옆에서 무너져 가는 허름하고 기이한 풍경의 공장들과 그곳의 사람들이었다. 감독은 그곳을 떠나고부터 줄곧 5년 동안 ‘당산’의 상실감이 마음속 크게 자리 잡았다. 당산을 다시 찾았을 땐, 당산에서의 삶이 대단히 불안했던, 삭제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97년 IMF로 인한 가정의 불화 때문이었는지, 미지의 공간들 주변을 지나가야만 했던 치안에 대한 불안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이곳엔 공장들도, 그 안에 사람들도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과 공간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불안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한 개인의 삶과 무의식에 어떻게 맞닿아 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사라지는 기억과 공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FESTIVAL & AWARDS

2017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

DIRECTOR
김건희

김건희

2013 <마지막 풍경>

2015 <환시>

2016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STAFF

연출 김건희
제작 김건희
프로듀서 정수은
촬영 김건희
조연출 김희연
편집 김건희
조명 김건희
믹싱 스튜디오 산호
색보정 김진의

PROGRAM NOTE

<당산>은 현재의 영등포구 당산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1993년 당산동 출생인 감독은 별안간 태어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계기로 기록을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당산>이다. 과거의 당산은 홍수가 빈번했던 곳으로 사람들은 단산에 올라 물난리를 피했고 피해를 막기 위해 단산 위에 당집을 지었는데 그것이 연유가 되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관한 영화의 입장은 ‘어차피 모든 것은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은 기억하는 존재다. 결국, 사람의 기억은 공간의 기록과 연결된다.
이의 기록은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것으로부터의 기억이다. <당산>의 감독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후 ‘눈 目’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눈은 단순히 보는 것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떨어진 은행나무에서는 냄새를 감각하고 아이의 목소리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개인 사진과 기록 사진 등과 같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서로 섞어가며 당산동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사실 이 작업은 연어처럼 회귀 본능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감독은 깨닫는다. <당산>과 같은 기록 다큐멘터리가 의미를 확보하는 지점이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