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곳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김재원 | 2009|Fiction|Color|35mm|29min 5sec | 코닥상

SYNOPSIS

몸이 아픈 엄마와 다섯 살 동생을 책임지고 사는 스무 살의 진섭에게 입영영장이 날라 온다. 생계형 면제를 알아보지만, 오래전 집을 나간 아버지가 서류상 걸림돌이 된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진섭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최근 들어 열악한 환경과 비참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곤 했다. 희망 없어 보이는 상황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재원

김재원

2006 < 유년기의 끝 >

STAFF

연출 김재원
제작 송대찬
각본 김재원
촬영 이종우
편집 이정민
조명 박정우
미술 전수아
음향 이동환
음악 이재진
출연 최현

PROGRAM NOTE

소년은 허리를 다쳐 일할 수 없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과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전단을 돌리고 하루 종일 주유소에서 주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린다. 이렇게라도 돈을 벌다보면 언젠가 고시원에서 벗어나 월세방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그에게 현역병 입영통지서가 날라든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그는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거금을 들여 어머니의 진단서를 끊지만 아버지가 계셔서 군대를 가야한단다. 이런 ☓☓, 10년 전에 집 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왠말인가. 아버지를 찾아 어느 주택개발정비사업 지역으로 들어간 소년은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아무도 돌보아 주는 이 없이 병석에 누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아버지를 목격한다.
가난과 재개발의 풍경은 88만원 세대의 고민들과 함께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의 과정에서 가장 익숙하게 발견되는 키워드였다. <닿을 수 없는 곳>도 그 중 하나지만 영화는 무책임하게 가난을 전시하거나 갑갑증을 더욱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묻는다. 이곳이 과연 천국인지 지옥인지, 혹은 어디에 더 가까운지.
좁은 고시원에서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이 가족의 일상과 곧 주상복합아파트로 변신하게 될 재개발지역의 폐허의 풍경을 보노라면 한국 사회에서 이 한 몸 누일 방 한 칸 갖는 것은 정녕 꿈일 뿐이며 사회에 나오자마자 ‘피부양자’의 삶마저 책임져야 할 소년의 무표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부양의 의무를 피해 집을 나갔음에도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아버지는 죽어 마땅하다.
그렇게 좌절의 그래프가 제 멋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을 즈음, 병무청 공무원이 조언하듯 ‘죽은 것 같은’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죽어야’ 된다는 아버지를 소년은 어찌할 것인가. ‘자기 키 만한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으려고 아수라장이 되는’ 그 지옥도의 풍경 속에서 소년은 스스로 구원의 답을 적는다. 소년의 마지막 선택은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에게 건넨 예수의 빵 한 조각만큼이나 오롯이 뜨겁다.

부지영/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