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이버스

단편 쇼케이스

조희수 | 2021 | Experimental | Color+B/W | DCP | 10min (E)

SYNOPSIS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에 육상 트랙을 그려 스타디움을 세우고 ‘다이빙’이라 이름한 육상경기를 시작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Start’가 뜬다.

DIRECTING INTENTION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시대의 상흔을 진찰하던 2021년, 모두를 옭아맨 신체적 비자유의 감각에서 내가 택한 것은 ‘비자유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난입한 다이버들에 의해 뚫리는 사회적 수압을 목격할 스크린 안과 밖의 여러분을 상상했다. 이 모든 것이 행위예술의 사건이었다가 영화가 되는 과정을 카메라 촬영법들의 치열한 충돌을 통해, 이 세대가 세상의 주체자가 되는 태도로 가시화시키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22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DIRECTOR
조희수

조희수

STAFF

연출 조희수
제작 조희수
각본 조희수
촬영 김현빈, 김태이, 왕혁군, 조민서
조명 조희수
편집 조희수
음악 조희수
미술 조희수
보조스태프 이동현
출연 조희수, 김미루

PROGRAM NOTE

혼잡한 강남 길거리 한복판을 비추던 카메라 앞에 새하얀 석회 가루 라인이 한 줄 그어진다. 화면은 운동장에 선을 긋는 라인기의 시점 숏이다. 거리의 인파에도 아랑곳 않고 바닥에 흰 라인을 그려 나가자, 어느새 강남 한복판에 거대한 원형 육상 트랙이 완성된다. 화면에 올림픽 오륜 마크 그래픽이 지나가고,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운동복 차림을 한 여성이 바통을 들고 트랙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필사적으로 달리는 여성. 카메라는 육상경기를 중계하듯 드론 뷰와 주자의 바스트 숏을 번갈아 보여 주며 달리는 여성을 따라간다. 강남 도심을 달리던 주자들은 어느새 잠실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
강남은 2010년대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지만, 2016년 묻지마 살인 사건과 2022년 물난리 등으로 우리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상처의 치유를 온전히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도시는 앞만 보며 달려가고, 여성은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물처럼 수많은 인파를 거세게 뚫고 달린다. 제목이 ‘The Runners’가 아닌 ‘The Divers’인 이유는 아마도 주자들이 도심 속 인파에 다이빙하듯 뛰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갑작스레 도시의 일부분을 점유하며 시작된 이 러닝 쇼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여 그들을 모종의 관람객으로 만든다. 트랙을 만드는 첫 컷과 트랙을 따라 뛰는 다음 시퀀스, 주자와 도시의 사람들, 완성된 이 작품과 관객들 사이에는 원리적 의미로서의 작용 반작용이 발생한다. 이로써 익숙한 보편적 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실험적 시도가 실행된다. 빠른 속도로 따라가는 핸드헬드 촬영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역동적 움직임에 쾌감과 힘이 느껴진다. 감독이 직접 주자로 출연하는 점도 흥미롭다. 톰 티크버의 <롤라 런>(1998)의 파워풀한 달리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 저마다의 다른 관점과 해석을 낳게 될 것이다.
곽민승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