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소년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본선경쟁(중편)

민용근 | 2006 | Fiction | 35mm | Color | 26min 10sec | SUBTITLE:ENGLISH

SYNOPSIS

15세의 소년.
한쪽 눈에 있는 동그란 점만 빼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중학생이다.
소년은 학교에서, 편의점에서.. 언제나 무언가를 훔친다.
그게 때론 돈일 수도 있고, 햇반일 수도 있고, 스팸일 수도 있다.
아무 두려움 없이, 죄책감 없이 계속되는 그의 도둑질.
그러나 아무도 그가 ‘도둑소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DIRECTING INTENTION

좀처럼 마음을 읽어내기 어려운 표정.
어느 어린 소년에게서 그런 표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상처가 깊어지고 아물기를, 얼마만큼 반복해야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런 ‘표정’에 관한 영화이다.
반복되는 클로즈업 속에 담겨진 미세한 행위들과 무표정.
그 속에서 소년의 마음이 느껴지길 바란다.

FESTIVAL & AWARDS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DIRECTOR
민용근

민용근

1996 <주말>

1997 <엄마, 미안해요> 

1998 <봄>

 

STAFF

연출 민용근
프로듀서 이지연
각본 민용근
촬영 나희석
편집 왕애경, 민용근
조명 윤동우
미술 전여경
믹싱 김수덕
음악 노형우
출연 조유한, 박소희, 이진숙, 구재연

PROGRAM NOTE

수업시간, 소년 옆의 아이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가족사진에
낙서를 한다. 사진안의 가족은 눈에 모두 점이 그려져 있다. 키득거리며
소년을 툭툭치는 아이, 그제야 얼굴을 돌리는 소년의 눈에는 검은 점이 선명하다. 짓궂은 장난을 친 아이는 발끈하는 소년의 표정을 기대했겠으나 소년은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엉뚱한 대답을 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한 듯한 소년, 그의 내면이 드러나는 인상적인
오프닝이다.

죽은 엄마와 동거하던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도둑
소년>은 연출의도에 나타나듯 ‘무표정한 소년의 얼굴’에 집중한다.
이와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흔희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상의 무관심’과 ‘냉대’라는 가설을 넘어 극한 상황에도 무표정을 지니게
된 그의 감성을 잡아내고 있다.

소년은 제목처럼 연신 무언가를 훔친다. 하지만 그의 도둑행위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의 도둑행위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과잉된 행위도 아니며 간절한 변화를 준비하는
축적의 행위도 아닌 그저 생존을 위한 행위로 보여 진다. 소년의 한쪽 눈에 위치한 점은 외눈박이를 연상시키고
한쪽 눈의 상실처럼 내면을 지탱해온 무언가의 상실을 의미한다. 계속되는 클로즈업은 소년의 무표정한 얼굴을
넘어 그의 몸짓과 행위의 무표정함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뒤의 상실감을 보여준다. 그는 그저 상상 속에서
미소 짓고 죽은 엄마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달려갈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막다른 골목에 숨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며 끝내 무표정으로 엄마에게 작별을 한다. 섬세한
소년의 연기와 소년의 내면을 잡아내는 촬영은 그의 아픔을 배가 시키고 있다.

소년이 진정으로 훔치고 싶었던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아니었을까?

이지연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