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티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단편

한정선 | 2021 | Fiction | Color+B/W | DCP | 15min 41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간호사 지연은 독립하기 위해 집을 찾고 있다. 지연의 엄마는 꾀병을 부려 병원에 찾아온다.

DIRECTING INTENTION

책임과 의무, 독립과 돌봄에 대한 어떤 성장기.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한정선

한정선

STAFF

연출 한정선
제작 성민주
각본 한정선
촬영 박지인
편집 한정선
음악 한정선
출연 이유진

PROGRAM NOTE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가 숨 가쁘게 따라다니는 지연의 일상엔 도무지 제대로 숨 쉴 틈이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 업무는 고된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친절과 상냥함까지 필요로 하고,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 해도 선배들 눈치 보느라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병원에선 인원 충원이 아니라 기존 직원들에 대한 업무평가를 통해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 같지만, 피곤이 짙게 내려앉은 지연의 얼굴만 봐도 그러한 대처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는 없어 보인다. 이처럼 <듀티>는 간호사 지연의 노동 현장을 근거리에서 관찰하며 문을 연다. 고단한 일과가 끝난다고 답답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저녁의 가족 모임에선 좀 웃나 싶은데, 엄마와 살다가 독립해 나가겠다는 지연의 결정에 따로 사는 오빠는 걱정된다며 난색을 보인다. 그래도 지연은 부지런히 일하고, 혼자 살 집을 알아보며 야무지게 삶을 꾸려 나가려 한다. 하지만 자꾸만 책임이나 의무와 같은 말들이 꼬리가 되어 따라붙는다. 다음 날, 갑자기 허리를 다쳤다며 지연이 일하는 병원에 찾아온 엄마. 엄마의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자 지연도 더는 고운 소리를 할 수가 없다. <듀티>는 이제 막 사회 성원이 된 자녀 세대와 노년에 접어드는 부모 세대가 겪는 부양 문제를 소재로 삼는다. 또한 그것을 단순히 개별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살피려 한다. 여성에게 당연하게 지워지는 돌봄의 의무, 제대로 셈해지지 않는 돌봄의 가치, 그러한 것들이 마지막까지 무거운 공기로 내려앉는다.

손시내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