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본선경쟁(중편)

정병길 | 2006 | Documentary | DV | Color | 28min | SUBTITLE:KOREAN,ENGLISH | 관객상

SYNOPSIS

앨범의 미국 발매 당시 엔지니어들이 'CD가 낼 수 있는 출력량을 벗어난 불가사의한 음반'이라며 놀라워했을 정도로 거친 소리를 내는 밴드. 악기 연주 실력과 상관없이 '건방지다'는 이유만으로 멤버를 영입하는 밴드. "우리 할머니가 늑대이므로, 나는 4분의 1 늑대다." 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이 리더인 록 밴드. 많은 사람이 아는 밴드는 아니지만 펑크 마니아들에겐 "그들을 아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모욕이 되는, 신과 같은 존재, 일본 록큰롤 밴드 <기타 울프(Guitar Wolf)>. 그들이 2006년 4월 한국에 왔다. 홍대 앞 클럽과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설무대에 오른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 보았는데... "록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는 가오, 근성, 그리고 액션!" 이란 모토처럼, 그들은 무대 뒤에서 볼품없이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무대 위에선 세계 최고로 화려한 발차기를 보여주고, 쉴 새 없이 도끼빗을 꺼내 빗질을 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더위에도 가죽잠바를 결코 벗지 않으며, 심지어 잘 때도 선글라스를 끼고 잠든다.

DIRECTING INTENTION

일본 최고의 락큰롤 밴드이며 세계적인 밴드 기타울프는 한국에 공연하러 오며 매우 적은 페이를 받았다. 일본에서 공연을 한번 하면 몇 억에서 수십 억을 벌 수 있는 밴드이지만 한국에는 돈 따위와는 상관없는 공연을 하겠다고 말하며 말도 안 되는 적은 액수에 싸인을 하고 한국으로 온것이다. 이는 락큰롤의 3대정신 중 근성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기타울프 리더 세이지는 말했다. 바로 이점이 바로 이 다큐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들을 말하는 엉뚱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들. 세이지는 “우리는 4년에 한번, 전 지구인들의 넋이 나갈 때(월드컵)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우리들이 외계인을 물리쳐왔다”고 주장하는 늠름한 기타 울프. 이런 다소 과장된 이런 얘기들 때문에 픽션과 다큐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해주였다. 이점 때문에 어느 혹자는 내게 이렇게 묻고 한다. "정말 기타울프가 지구를 지켰나요?" 난 기타울프가 정말로 지구를 지켰다고 믿는다. 이 다큐를 보면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정병길

정병길

2003 <태석
씨는 왜?>

2005 <칼날
위에 서다>

2006 <가난해서
죄송합니다>




STAFF

연출 정병길
제작 정병길
각본 정병길, 장미영
각색 정병길, 장미영, 안성민
촬영 정병길
편집 정병길
음향 이현호
출연 기타울프

PROGRAM NOTE

햇병아리 공연기획단 ‘퉁’의 대표는 일본의 세계적인 록밴드 ‘기타울프’의 내한 공연을 추진하면서 이런
편지를 보낸다. “여기 한국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만월을 등지고 외쳐봅니다. 락큰롤!” 기타울프는 이 말 한마디에 감격해 한국행을 결행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들은 “록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가오, 근성, 그리고 액션”이라는 자신들의 모토에 걸맞는 통제 불능의 에너지와
개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의 록뮤지션들 사이에서 기타울프는 거의 신화적인 존재다. 음악이라기보다는 원초적 에너지에 가까운, 몸속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서 공연이 끝난 뒤에 완전히 탈진해버리는, 그래서 공연 전보다,
공연 중보다, 공연이 끝났을 때 더 멋있다는 기타울프. 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개성과 에너지는 이들을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온 허구적 캐릭터처럼 보이게 한다. 현존하는
록밴드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분명함에도 받게 되는 이런 만화적 느낌은 기본적으로 기타울프 스스로 연출하는 독특한 이미지 때문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의도적으로
가미된 허구적 요소들의 효과도 있는 듯하다. 감독 자신이 기타울프의 팬이기도 한 이 작품은 팬덤에 의해
만들어진 록다큐멘터리의 쾌감이 평범한 록다큐의 감성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최근 다큐멘터리의 경향 속에서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판별해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리라 믿는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