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장편)

이진혁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95min 57sec

SYNOPSIS

한때 촉망받는 복서였지만 올림픽 문턱에서 두 번이나 좌절한 후 폭력 조직 가담, 분신자살 시도 등으로 패배자의 길을 걸었던 박현성 관장. 그는 기적적으로 재기하여 영등포에서 작은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일을 하던 28세 여성 박주영. 그녀는 새로운 꿈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필기에 합격하여 최종 면접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합격을 눈앞에 둔 순간 자신이 공무원으로서 살아야 될 예정된 삶에 대한 고민이 일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녀는 박현성 관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와 만나 여성 복서로서 링 위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에 도전하게 된 여자 복싱팀 팀피닉스. 전혀 다른 세계에 속했던 두 사람이 만나 시작된 아주 특별한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정보화 지수 세계 1위, UN 전자정부 평가 세계 1위, 21세기의 첨단을 리드하고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그 뒤에서는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주영은 본인의 의지로 현대적 가치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선택한 젊은이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대화 중에 그녀의 선택이 아집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 우리에게 헝그리 정신이 그러하다. 비록 이제 복싱은 단 한 경기도 TV에서 중계가 되지 않지만 헝그리 정신이란 단어는 아직도 그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런던올림픽에 도전했던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은 동메달 획득, 본선 진출 등 금메달에만 목매던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수많은 국가대표급 미만의 선수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 그들의 결과는 이도저도 아니었지만 직업적 운동선수로서 올인해야 했던 그들 개개인의 삶은 승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직장인들만큼이나 치열하다. 절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기에 그들의 애환이 덜 조명되고 있지만 나는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한번 실패하면 그들의 경험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FESTIVAL & AWARDS

2010 제9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사전제작지원우수상
2012 제9회 EBS국제다큐영화제

DIRECTOR
이진혁

이진혁

2002 <문화에서 문화로>

2009 <친절>
2010 <어느 회사원의 꿈>
2012 <어느 빈민가의 기록: 나보타스>
STAFF

연출 이진혁
제작 이진혁
각본 이진혁
촬영 이진혁, 김종성, 이진영
편집 이진혁, 김종성
조명 박규덕
음악 이진혁
기타 성태훈, 이한길, 손수현

PROGRAM NOTE

복싱만큼 오랫동안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각의 링은 늘 경쟁과 도전 그리고 드라마틱한 극복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이진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링>은 자칫 상투적일 수도 있는 링의 안팎을 넘나들며 캐릭터 중심의 근원적인 드라마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때 촉망받는 복서였지만 올림픽 문턱에서 좌절한 뒤 조직폭력배 생활, 분신자살 시도 등 패배자의 길을 걸었던 박현성 관장, 복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서울대 연구원 출신의 여자 복서 박주영, 그리고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하고 박 관장 주위에 모여든 변두리의 선수들은 1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링의 법칙에 맞서며 올림픽 대표의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간다. 여기까지는 흔한 휴먼 스포츠 드라마에서 많이 봐 온 세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과 함께 상상하지도 못했던 혹독하고 처절한 훈련의 과정과 빠르게 전개되는 연습과 시합의 교차, 카리스마 넘치는 박 관장의 뼈 있는 독설과 도무지 왜 복싱을 하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그저 훈련과 시합을 반복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낯익은 휴먼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빗나가게 한다. 이 영화는 복싱이라는 도구를 통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복싱과 내가 하나가 된 진짜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제 경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영화는 사각의 링 위에서 벌어지는 도전이 얼마나 그들에게 특별하고 값진 것인지에 대한 관찰이기 때문이다.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카메라 앵글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정제된 편집의 과정을 통해 인물들에 대한 몰입과 스펙터클한 복싱 경기의 순간을 동시에 선사한다. 인터뷰와 현장음으로 구성된 절제된 사운드 전략은 링 안팎의 역동적인 소리들을 담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링>, 근원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허욱/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