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부문 장편

이옥섭 | 2018| Fiction| Color | DCP | 88min 46sec (E) | 관객상

SYNOPSIS

정형외과 간호사 여윤영은 보도블록에 생긴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여윤영은 구멍에 쪽지를 버린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DIRECTING INTENTION

진실을 마주한 다음 나의 태도를 어떻게 취하는 것이 좋을까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CGV 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

DIRECTOR
이옥섭

이옥섭

2012 <라즈온에어>

2014 <4학년 보경이>

2015 <연애다큐>

2015 <플라이투더스카이>

2017 <걸스온탑>

2018 <세마리>

 

STAFF

연출 이옥섭
제작 구교환
각본 이옥섭, 구교환
조감독 권효진
촬영 이재우
편집 구교환, 이옥섭
미술 김희진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PROGRAM NOTE

한 장의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은밀한, 아니, 노골적인 사랑의 순간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일까. 엑스레이실에서 사랑이 충만한 연인이 섹스를 했고, 누군가 그 장면을,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엉덩이 부위를 찍었고, 이 기묘한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을 떠돌자, 제 발 저린 병원 구성원들이 많았다는 것. 간호사 여윤영도 그들 중 하나다. 그녀는 지금 백수 남자친구와 살고 있다. 영화의 초반은 그렇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을 추적하는 일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금세 드러난다. <메기>는 최근 한국의 사회적인 이슈들, 이를테면 몰래카메라와 사생활 침해, 청년 실업, 재개발,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을 서사의 소재들로 삼고는 있지만, 이들을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접근한 세계가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소재들과 엉뚱하게 유희하며 자신의 고유성을 확보해가길 원하므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메 기>는 어떻게 노는가?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상황들과 사연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땅이 꺼져 도로 곳곳에 생긴 싱크홀들처럼, 그렇게 느닷없이 출현한 싱크홀들이 수많은 청년 백수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서 윤영의 남자친구에게도 돈을 벌기회가 생긴 것처럼, 우연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러니 우연에 기발하게 반응 하고 영리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논리의 빈틈과 모호함, 비약과 과장은 능청스럽게 허용된다. 이것이 <메기>의 세계를 지탱하는 하나의 동력이라면, 다른 하나는 진실과 거짓, 확신과 의심의 축을 흔들어 반문을 해보는 일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아야 하는 가. 아니, ‘믿음’이라는 것은 믿을 만한 것인가. 그 질문의 방향이 ‘당신’에게로만 향하지 않고 결국 ‘나’에게로도 돌아온다는 걸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의도적으로 물음표를 남겨둔 순간들이 많고, 마지막 장면의 느닷없는 ‘지각변동’ 또한 그렇게 보인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