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단편

정지혜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0min 30sec (E)

SYNOPSIS

김과장이 재미난 에피소드를 직장동료들에게 늘어놓고 있다. 지난날, 소개를 받은 여성의 인중이 거뭇거뭇했다던 이야기. 웃음을 터뜨리는 남직원들 사이로 민희가 어색히 따라웃는다. 그날 저녁, 전 남자친구인 강식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김과장의 말이 신경 쓰인 민희는 면도를 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끊임없이 의식하고 행동하려 노력하면서도 규격화된 기준과 틀 앞에 다시 좌절하고 굴복하는 스스로에게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다짐을 다졌다. 이 다짐이 다른 이들에게는 응원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8 제10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2018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2018 제8회 고양스마트영화제

DIRECTOR
정지혜

정지혜

2014 <2인 이상 3시간 이내 이용하는 자리입니다>

2014 <스무살, 우리들이 사는 세상>

2017 <버티고>

 

STAFF

연출 정지혜
제작 최진혁
각본 정지혜
촬영 김소영
편집 정지혜
조명 조다빈
음악 황현태
미술 김소영
출연 한혜지

PROGRAM NOTE

김 대리가 민희를 보고는 인중에 수염이 낫느냐며 묻고는 짓궂게 웃어댄다. 김 대리 왈, 어제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 여성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한 게 눈에 들어와 웃겼다는 게 이유 다. 민희는 욕을 한 바가지 뱉어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래도 회사이고 을의 처지다 보니 항의할 수가 없다. 오히려 거울을 보니 수염이 눈에 들어와 면도하다 그만 상처가 나고 만다. 이를 어째…. 내일 회사에 가서 민희가 받을 놀림을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걱정도 팔자, <면도>는 갑의 놀림을 꿋꿋이 버텨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순종적인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이 제시한 틀에 맞춰 자신을 가꾸려던 민희에게 각성의 계기가 찾아오는 건 전(前) 남자 친구의 연락이다. “너 착하잖아” 연신 순종을 강조하며 자신의 요구를 강제하는 전 남자 친구 앞에서 민희는 빽 소리를 지른다. “이제 진짜 연락하지마!” 반말로 속 시원하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자신에게 민희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제 더는 남자들이 쳐놓은 각종 기준의 그물에 빠져 자신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 웃음 속에 담겨 있다. 다음 날 인중에 상처 난 그대로 회사에 출근한 민희를 보고 김 대리는 “민희 씨 여기 빨개”라고 말한다. 그를 향한 민희의 응수. “면도하다가요.” 그래서 어쩔래요, 나는 나대로 살래요, 라는 의지가 통쾌하게 다가온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