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강유가람 | 2011|Documentary|Color|HD|49min

SYNOPSIS

우리 가족은 서울 강남 은마 아파트에 산다. 아버지는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매 달 엄청난 이자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로 집을 팔지 않고 있다. 나는 이런 아버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우리 집의 경제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집값에 따라 좌불안석인 아버지를 보면서 나 역시 불안해진다. 아버지는 과연 아파트를 팔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다큐멘터리 < 모래 >는 성장과 개발주의를 신앙으로 삼았던 한국 사회의 초고속 압축 성장 시기에 가족을 윤택하게 꾸리고자 하는 소시민의 욕망과 자식 교육에 대한 열망이 결합되어 한 가족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경제 정책을 선택해 온 한국 사회에서 집은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땅과 집을 어떻게 소유하고 처분하느냐가 그 사람의 능력과 부를 증명해준다. 10여년 전부터 재건축이 진행된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은 집값이 폭등했고, 낡은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이 곧 진행될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있었다. 이렇게 부동산을 통해 얻는 부를 향한 열망은 정치적 지향과도 연결되어 지난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던 나의 아버지 역시 평생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강남에 집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웠다. 다큐멘터리 <모래>는 강남에 살긴 하지만 기득권층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도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아버지의 정치의식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노동의 역사와 우리 가족이 살아온 삶을 되짚어간다. 사실 우리 가족은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지만, 강남이라는 공간에 거주함으로써 기득권층의 수혜를 일부 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중산층 가정이 IMF를 계기로 흩어지는 동안 우리는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유예할 수 있었다. 나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토지와 집값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했지만, 엄청난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나 역시 이러한 상황의 공모자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혹스러워진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를 화면에 담는 과정이 나 자신과 직면하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FESTIVAL & AWARDS

2011 제11회 인디다큐페스티벌/심사위원특별언급
2011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2011 제7회 인천여성영화제
2011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DIRECTOR
강유가람

강유가람

2010 <그냥 치우친 건 아니야>

2010 <선물>

STAFF

연출 강유가람
제작 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
촬영 강유가람, 조세영
편집 강유가람
음향 표용수, 고은하

PROGRAM NOTE

건설회사의 산업역군으로 일해 온 아버지는 강남의 은마아파트를 가졌다. 큰딸은 시민운동을 하다가 결혼도 하지 않고 영화를 만든다며 돌아다닌다. 큰딸은 다른 가족들과 일상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며, 정치적 경제적인 의식의 차이가 확고하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들여다보니, “당혹감이 밀려들”고 말았다. 이 작품은 중산층 가정에서 국외자를 자처했던 감독이 집의 가치에 대한 부모의 마음에 공감을 해버리고 마는 애매한 결말을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운동 성향의 자식이 보수 성향의 부모를 바라보면서 관점의 대립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대립이 뚜렷해지고 논쟁이 격화되는 것으로 갈등이 진전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감독의 태도가 불분명해지고 감독은 자신의 갈등에 몸을 맡겨버렸다. 감독은 애초의 의도를 고집하기보다 가족이란 대상이 공격이나 교정이 유효하지 않은 관계임을 인정해 버림으로써, 오히려 현실적인 감독의 위치를 확인한다. 다큐멘터리는 어떤 각도와 어떤 거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는가가 무엇을 바라보는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가족이 빚에 허덕이며 몰락하다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결말은 한국 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골간을 이루었던 경제 원리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근대화의 주역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손으로 지은 집에 세를 들어야 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그 가족이 속한 사회의 명확한 원리를 복잡한 심경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말랑한 소품이 아닌 것이다.

이현정/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