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함께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이나연 | 2016| Documentary | Color | DCP | 30min 1sec

SYNOPSIS

나는 불안을 재워보려 집 안의 전등을 갈았다. 그러나 못 하나가 빠지지 않아 옛 전등은 새 전등 옆에 그대로 매달려있다. 카톡방에 모여 사는 우리 가족에게도 빠지지 않는 못 하나가 있다. 그 곳에 초대할 수 없는, 경희씨. 바로 우리의 ‘엄마’이다. 그런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려 한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찍은 가족사진

FESTIVAL & AWARDS

2016 제21회 인디포럼영화제 개막작
2016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수상
2016 제1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 동전상
2016 제14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DIRECTOR
이나연

이나연

2008 < 작용, 반작용 >

2012 < 구덕휘 무서워서 >
STAFF

연출 이나연
제작 이나연
촬영 이나연
편집 이나연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카메라는 감독이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바꿨다는 전등을 비춘다. 새로운 전등은 낡은 전등에서 미처 빼내지 못한 ‘못' 하나 때문에 함께 매달려 있다. 이윽고 옷걸이를 걸려다가 홀라당 태운 벽체도 비춘다. 당연 청년 주거에 관한 얘기겠거니 생각하는 찰나, 카톡 알림음과 함께 가족들이 모인 대화창이 뜬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독의 나레이션. “우리 가족은 카톡방에 모여 산다.”
앞선 내레이션이 암시하듯 영화 속 가족 구성원 모두는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못, 함께하는>은 부모의 이혼과 재혼, 그에 따른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을 거치며 카톡에만 단란할 뿐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는 데면데면한 가족 구성원들의 생채기를 들여다본다. 관객은 한국 사회에서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이혼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이 어떻게 각자도생 해왔는지 삐걱거리는 대화 속에서 그들 각자의 성장담을 조각 모음해가게 된다. 영화는 그들의 상처를 담담히 마주하며 서로가 이미 너무나도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인정하지만 이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력과 척력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그런 지점에서 끝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이던 ‘못’ 때문에 새로 산 전구와 낡은 전구가 나란히 붙은 모습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못, 함께하는>은 1인칭 다큐라서 가능한,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반전에 가까운 화해를 보여준다.

김정근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