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

로컬시네마

서원태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8min (K)

SYNOPSIS

지방에 구제역이 발생한다. 다섯 명의 대학생들은 송아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DIRECTING INTENTION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은 종종 상생의 의미를 잊는다. 이 영화는 동물 전염병, 인간의 동시대 식문화에 대한 비판적 우화이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회 대청호가그린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

DIRECTOR
서원태

서원태

2021 포리징 삼부작
2021 수집가들

STAFF

연출 서원태
제작 김현수
각본 서원태
촬영 문명환
조명 문명환
편집 서원태
음악 안재훈
미술 김세운
출연 김경민, 오은재, 이상하

PROGRAM NOTE

학교의 동물 사육장에 ‘방역상 통행금지’ 표지판이 달린다. 한 학생이 학교로 몰래 들어와 반려동물 관리 실습동에서 울고 있는 개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서 있다. 도내 축사와 도축장 위치를 조사 자료로 논문을 쓰는 교수가 조교에게 구제역과 바이러스는 다 인간 잘못이라고 말하자 조교는 채식주의자냐고 묻는다.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학생은 구제역으로 닫힌 동물 사육장에서 소가 볏짚을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소들을 볼 수 있지만 소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은 소들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소가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고는 있는 것일까. 학생들은 삼겹살을 먹으면서 송아지 구출 계획을 논한다. 누군가는 이 장면에서 모순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종 공동의 번영은 동시적이고 모순적인 진실들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하는 도나 해러웨이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무구한 이상적인 언명들로 유지될 수는 없다. 우리는 단순한 선언적 말에 멈춰 서서 종과 종 사이의 단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복잡하고 성가신 실천들을 계속 창안해야만 한다. 학생들은 송아지 한 마리를 동물 사육장에서 몰래 빼내어 물과 나무가 있는 숲가로 데려간다. 학생들에게 생크추어리와 같은 구체적 대책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교수는 동물들이 단순 소비재가 되었다고 조교에게 말한다. 그러나 인간 역시 세계화 시대의 소비재이자 소비자이다. 교각 아래의 개울을 건너려다가 멈춰 선 교수는 마스크를 던져 물에 흐르게 한다. 그것이 무릉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대신 어떤 길을 모색하는 몸짓이라면 어떨까. 표지판 인서트들은 지시문처럼 사회 곳곳의 비인간 행위자로 서 있다. 우리가 함께 바뀌어야 새로운 지시문들을 써넣을 수 있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