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아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황하나 | 2008|Fiction|Color|HD|21min

SYNOPSIS

16세의 소녀 유진... 9년 전 동생이 유괴되고, 3년 전 아빠마저 실종된 후, 엄마와 단 둘이 반지하방에서 살아간다. 엄마는 오직 규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현실을 외면하고... 생활은 온전히 유진이 감당해야할 몫이 된 지 오래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유진은 동생과 아빠를 찾는 전단지를 준비하는데... 문득 유진은 어금니 안쪽 깊은 곳에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기이한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치통이 몰려올 때면 어김없이 유진을 괴롭히는 낮고 깊은 ‘구우우우웅’ 소리...유진은 그 정체모를 소리로부터 도망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깊은 밤, 진통제를 먹고 고통을 견디던 유진... 뜻하지 않은 방문자를 맞이하게 된다. 그 방문자로부터 듣게 되는... 9년 전 동생의 유괴에 관한 진실...

DIRECTING INTENTION

성장과 비밀. 그 두 가지는, 인간의 신경 저 아래에 숨어있다. 그것이 언제 우리들의 눈앞에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과 정면으로 대면했을 때, 비로써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된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황하나

황하나

2000 < Tape >
2004 < 괴물 >

STAFF

연출 황하나
제작 안동학
각본 황하나
촬영 김현성
편집 안동학, 정철민
조명 강동호
음향 김원
음악 윤건
출연 김꽃비

PROGRAM NOTE

영리하게 잘 만든 영화다. 어린 시절 남동생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누나는 그 죽음의 진실을 대면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 9년이 지난 지금도 부질없이 유괴 전단지를 돌리며 동생의 죽음을 부인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영화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누나의 트라우마를 공포영화의 틀 속에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관습적인 놀람(surprise)의 컨벤션에 슬쩍 편승하고픈 유혹을 느낄 법도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유혹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관객을 불안케 하는 여러 요소들, 예컨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검은 원 무늬의 상자, 욕실 수채구멍, 터널의 어두운 사각 입구, 빨갛게 칠해진 여성의 눈동자 그림 등, 영화에서 섬뜩함을 야기하는 이미지들은 단순히 관객의 불안을 일으키기 위해 별다른 이유없이 불려온 클리쉐가 아니라 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이미지로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녀는 반드시 두 눈 뜨고 진실을 대면해야한다. 진실을 외면하는 한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동생의 죽음과 대면하는 누나의 여정을 따라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동생이 흔적을 남기며 사라져간 호수 위 콘크리트 구조물의 거대한 구멍을 응시할 때 우리는 그녀의 무의식 속에 뻥 뚫려있는 트라우마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맹수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