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미행물체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백의정 | 2005 | Fiction | Color | Beta | 18min10sec

SYNOPSIS

작은 사찰의 비구니인 전일스님은 산 속 암자에서 참선 수행을 하다 UFO를 목격한다. 그 후 전일은 산 중턱에 UFO유도기지를 만들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UFO를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촬영이 모두 끝나고 얼마 후 갑자기 추워진 날 아침, 우리의 주연배우 두꺼비가 죽었다. 날이 추워 딱딱해진 흙을 파내고 두꺼비를 묻었다. 두꺼비를 담아 두었던 플라스틱 상자 표면에 내가 써 놓은 글씨가 선명하다. “취급주의” 지금 나는 이 글씨가 내 이마에 써있다고 생각한다.

FESTIVAL & AWARDS

2005 제5회 광주국제영화제

DIRECTOR

백의정

STAFF

연출 백의정
제작 김민수
각본 백의정
촬영 장성백
편집 이도현
조명 김바다
미술 한수민
음향 김규만
출연 서영주, 이홍수, 김성권
스페셜 이펙트 유태영
분장 차지연
녹음 김민정

PROGRAM NOTE

 이 영화의 제목은 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아니다. 미확인 미행 물체(Unidentified Following Object)다. 영화 속에서 UFO는 불시에 우리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곁을 시종 쫓아다니면서 불현듯 그 모습을 각양각색으로 드러내는 어떤 것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간들 속에서, 혹은 알 수 없는 윤회의 고리 속에서, 우리는 지금 삶 이전의 나로부터, 혹은 지금 삶 이후의 나로부터 미행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딴 암자에서 수행중이던 비구니 전일(서영주 분)은 우연히 UFO를 목격하고,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UFO를 기다린다. UFO를 기다리는 것 역시 참선이라고 우기는 그녀는 보름날 밤 연등을 메고 산을 오른다. UFO를 마주치기 전, 개울에서 목욕재계하는 전일을 미행하며 훔쳐보는 존재가 있으니, 외계인으로 보이는 존재와, 전일을 나무랐던 큰스님이다. 큰스님은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며 호통을 친다. 하지만 말간 아기같은 외계인의 얼굴은 성인 남자의 얼굴로, 부처의 얼굴로, 그리고 전일의 얼굴로 변한다. 큰스님 역시 돌연 두꺼비로 변해 승복 속에서 튀어나온다. 결국 누가 누구를 미행하고, 누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새벽에 다른 비구가 창호를 통해 본 큰스님 그림자는 정말 큰스님이었던 걸까?
 한바탕 보름 밤의 소동이 끝나고 새 날은 밝아 온다. 전일이 그토록 기다렸던 UFO같은 빛 한 줄기가 쨍한 가을 하늘을 가른다. 전일은 오매불망하던 UFO를 봤을까? 두꺼비 한마리가, 큰 스님이, UFO가, 전일이가, 부처님이, 시치미를 뚝 떼고 미행을 계속한다.

김유리/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