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코트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이상철,신아가 | 2011|Fiction|Color|D-cinema|91min | 대상

SYNOPSIS

억척 우유배달부 현순은 남들에게 밝히길 꺼려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노모와, 20대 임산부 딸 수진뿐이다. 어느 날, 언니와 남동생이 노모의 연명치료를 중단하자고 하자 거세게 반발하며 이상한 말을 하는 현순. 현순의 비밀을 눈치 채고 있던 가족들은 현순이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고 결론을 짓고 현순을 따돌리려는 작전을 펼친다.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시험을 겪게 되는 한 중년여성의 이야기다. 또한 이 여성과 그녀의 엄마, 그녀의 딸 삼대에 걸쳐 흐르고 있는 정(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둘러싸고 한 가족이 갈등,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인물들 스스로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한국영화 감독조합상 여자배우상, 시민평론가상 블루 파인트리 수상

DIRECTOR
이상철

이상철

2003 퍼지
2009 변신

신아가

신아가

2003 날개
2010 아르바이트

STAFF

연출 신아가, 이상철
제작 애즈필름
각본 신아가
촬영 이선영
편집 이상철
조명 남기봉
음향 홍예영, 성지영
음악 임대웅
출연 황정민, 김미향, 한송희

PROGRAM NOTE

우유배달을 하며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가는 중년여성 현순. 영화 초반,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 식구 등 온 가족이 모여 불편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처럼 현순과 형제들의 관계는 항상 껄끄럽고 불편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언니와 동생 가족에 맞서기라도 하듯 종교마저 그들과는 조금 다른 ‘신’을 선택한 현순은 어머니가 쓰러져 의식불명이 되자 ‘계시’를 내려주는 자신의 ‘신’에 대한 믿음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공동연출작인 <밍크코트>는 맹목적인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한 여인의 심적 고통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였지만 서로에 대한 한 조각의 이해나 배려도 없는 그녀의 가족을 통해 맹목적인 믿음에 매달리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적인 면모,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혹은 가족이기에 가능한 화해에의 믿음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가 될 말들만 뱉어내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현순과 가족들. 현순에게 가족은 옷장 속에 걸어둔 채 좀처럼 입어볼 수 없었고 끝내 사라져버린 어머니의 ‘밍크코트’처럼 딱히 필요는 없지만 없으면 가지고 싶고, 하지만 막상 있게되면 거추장스러운 그런 존재는 아니었을까. 가족들은 ‘이단’일지도 모르는 현순의 종교를 염려하는 척하지만, 굳건해 보이던 그들의 신앙 역시 기실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영어제목인 ‘Jesus Hospital’처럼 의식불명 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는 것은 어머니지만 정작 진짜 병을 앓고 있는 것은 비뚤어지고 이기적인 ‘마음의 병’을 지닌 현순과 가족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진실 되지 못한 신념, 가짜 신앙이 만들어낸 ‘예수 병원’에 갇힌 사람들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들의 불안한 심리와 믿음을 보여주듯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와 클로즈업 화면으로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던 영화는 마지막, 극한의 갈등 끝에 비로소 어떤 깨달음을 얻은 현순을 보여주며 조용히 멈춰 선다. 놀라운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믿음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을 보이는 현순을 연기한 황정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과 반전을 거듭하며 숨가쁘게 내달리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에너지와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

모은영/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