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어디서 부는지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김지혜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2min 29sec (E)

SYNOPSIS

시나리오 작업 중인 윤정은 촬영 아르바이트를 구하며 2019년 4월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던 강원도 고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윤정은 현지 인터뷰이들과 참담한 화재의 현장을 마주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1996년 큰 불이 났었던 고성에 2019년 4월 4일, 23년 만에 또다시 큰 불이 발생했습니다. 수시로 화마가 휩쓸고 가는 상처를 극복하며 견뎌 오고 있는 지역의 자연과 사람들의 고통을 애도하고 싶었습니다.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고통과 재난들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2020 제20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김지혜

김지혜

2012 오래된 밤

2014 겨울 영화
2017 홀로그램 유니버스 

 

STAFF

연출 김지혜
각본 김지혜
조감독 정재욱
촬영 유재욱
사운드 김혜정
편집 고동선
출연 나수윤, 박종환, 조동우, 이병훈

PROGRAM NOTE

극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윤정은 다큐멘터리 아르바이트 일을 제안받고 강원도로 향한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2019년 4월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던 고성. 화마가 할퀴고 간 산마을은 조용하고 거대한 슬픔으로 가득하다.
<바람 어디서 부는지>는 네팔에서 온 파미르가 거대한 화마가 휩쓸고 간 고성의 인흥리 마을을 찾아 느낀 감정들을 기록한 영화 <인흥리 37-1>을 통해 공간에 대한 애도를 깊이 있게 보여 준 김지혜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이다. 1996년 대규모 산불로 큰 상처를 입었던 고성에 2019년 다시 화마의 비극이 찾아온다. 삶의 공간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재앙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영화 <바람 어디서 부는지>는 ‘애도’라는 감정에 대한 지속적인 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고성을 찾은 윤정이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와 실제로 마주한 참담한 화재의 현장에서 맞닥뜨린 압도적인 침묵의 시간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많지 않은 대사들의 틈을 깊은 산속의 바람 소리가 채우는데 바람 소리가 전해 주는 울림은 애도라는 깊고 무거운 감정으로 보는 이의 마음속을 요동치게 만든다. 무수한 자연재해와 사고가 일상 재난처럼 일어나는 시대를 동시에 따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영화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묻는다. 갑작스러운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혹시 알고 있는지, 외면할 수 없는 비극을 대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진명현 / 무브번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