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새로운 선택

이정홍 | 2012 | Fiction | Color | HD | 47min

SYNOPSIS

졸업 후 하는 일 없이 피시방이나 전전하며 살아가던 원석. 누나 진희의 권유로 곧 매형이 될 지성의 치킨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건설은 파괴를 전제로 한다.

FESTIVAL & AWARDS

2012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2012 제6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12 제6회 경남독립영화제 개막작

DIRECTOR
이정홍

이정홍

2012 <해운대소녀>

STAFF

연출 이정홍
제작 우시아
각본 이정홍
촬영 박 로드리고 세희
편집 이정홍, 한영경
조명 오태석
음악 김정숙
출연 최경준, 강연정, 박지성

PROGRAM NOTE

누나와 살고 있는 원석은 별다른 욕망 없이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백수다. 나이 26살, 기민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가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까진 모르겠으나, 소위 루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상상해 본다면 대충 짐작할 만하다. 누나의 소개로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원석, 누나의 설렘과 대비되게 시큰둥하지만, 덕분에 얻게 된 고어텍스 파카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조금은 높인다. 하지만 그는 평소의 습관을 쉬이 벗지 못하고 이내 일을 그만두고 만다. 한심해 하는 동료와 상심한 누나, 이 가운데 변변한 변명조차 찾지 않는 원석. 투박한 사투리만큼 꾸밈없어 보이는 영화는 무능력하고 답답해 보이는 캐릭터를 그저 따라만 간다. 한숨과 주변 어른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실적이다. 단편으로선 꽤 긴 러닝타임인 <반달곰>은 그 주인공과 닮은 묵묵한 카메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영화 안에서 원석은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이지만, 카메라는 그를 저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한다. 누나의 남자 친구이기도 한 치킨 집 사장은 원석을 길들이기 위해 크게 야단을 치고, 자존심이 상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파카를 벗고 피시방에 머문다. 하지만 온전히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어쩌면 그는 껍질을 벗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나와 다툰 후 자신을 곤란에 빠뜨렸다고 확신하는 소년을 찾아 복수를 하는 원석. 그것이 너무 변변치 않아서 오히려 안쓰럽다. 늦은 밤 치킨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야생 곰은 그렇게 세상에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