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박수 소리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이길보라 | 2014 | Documentary | Color | HD | 80min

SYNOPSIS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는 부부가 있다. 상국 씨는 들을 수 없는 귀를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밝게 웃으며 가구를 만든다. 경희 씨 역시 들을 수 없지만 타고난 외모와 활달한 성격으로 수화통역센터에서 일한다. 이들에게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딸이자 감독인 보라 씨와 아들 광희 씨가 있다.

DIRECTING INTENTION

딸이자 감독인 나는 부모의 표정과 손짓을 보며 입 대신 손으로 옹알이를 했다. 수화가 모어였고 뒤늦게 세상으로부터 음성 언어를 배웠다. 그러나 청각장애인 부모가 살아가는 ‘시각적인 세계’와 내가 살아야 하는 ‘소리의 세계’는 너무나 달랐기에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 20대에 들어서자 부모와 나를 둘러싼 이중문화는 세상을 특별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는 이들에게는 이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있다. 청각의 부재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나는 내가 자라오면서 경험했던 부모의 반짝이는 세상, 한 감각의 부재가 가져오는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그리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13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부문 옥랑문화상 및 관객상
2014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4 제11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4 제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4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관객인기상
2014 제15회 장애인영화제 대상

DIRECTOR
이길보라

이길보라

2008 <로드스쿨러>

STAFF

연출 이길보라
제작 이길보라
촬영 이길보라, 성준용, 전지현
편집 이길보라
음악 이민재
미술 전지현
조연출 성준용
출연 이상국, 길경희, 이광희, 이길보라, 정임순

PROGRAM NOTE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게 하고, 그에 응답하는 우리는 자신의 언어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설명한다. 경희 씨와 상국 씨는 표정과 몸짓으로 말하며 사랑하고 슬퍼하고, 그들의 첫째 아이는 자신과 부모를 설명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그 자체로 견고하고 완고한 침묵의 세계’를 전한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청각장애인 부모로부터 태어나 침묵의 세계와 말의 세계를 살아온 감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개의 세상은 나란히 달리다가도 이내 충돌하곤 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웠고, 부모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나란히 올려진 두 개의 세상과 같이, 영화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의 삶과 더불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와 동생의 지난 삶을 살핀다. 침묵 속에 들려오는 웃음과 한숨 소리는 입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모의(혹은 경희 씨와 상국 씨의) 마음의 언어가 되어주었고, 유년시절을 연결하는 오브제들과 부유하는 이미지들은 감독이 지나온 시간들을 또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시작은 ‘설명’을 위해서였지만, 카메라를 들며 감독은 그렇게도 원하던 ‘나 자체로 오롯할 수 있는 나’를 완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이 바로 ‘고요하고 특별한 세상’으로 초대하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전하는 마법일 것이다.

최민아/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