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새로운선택 장편

손구용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 | DCP | 66min (N, E)

TIME TABLE
12.1(금) 12:20-13:26 CGV압구정(신관) ART1관 E, N, GV, 12
12.3(일) 18:30-19:36 CGV압구정(본관) 2관 E, N, GV, 12
12.6(수) 12:10-13:16 CGV압구정(신관) 4관 E, N, 12
SYNOPSIS

우리 동네 뒷산은 포근하고, 속삭이는 시냇물은 매일 밤이면 낮의 활기를 고요 속으로 달랜다. 어느 날 밤 나는 검푸른 개울의 차가운 돌 위에 쭈그리고 앉아 물속의 하늘을 보았다. 흐르는 달의 어슴푸레한 쪽빛이 나의 감각을 물들였고, 나는 하늘과 물과 그사이 상쾌한 공기와 하나가 되었다. 그 후로는 냇가를 산책할 때마다 어느 이름 모를 이의 꿈속을 걷는 듯하다. 부드러운 산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나는 잠에서 깨길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밤의 풍경 속에 침잠해 밤의 서정과 내면의 풍경을 전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23 제5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2023 제3회 Prismatic Ground
2023 제19회 워싱턴한국영화제
2023 제7회 블랙캔버스영화제
2023 제18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3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2023 제38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2023 제25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손구용

손구용

2017 산책
2018 서울의 겨울
2020 오후 풍경

STAFF

연출 손구용
제작 손구용
촬영 손구용
편집 손구용

PROGRAM NOTE

입을 다물면 진실이 열린다. 영화는 애초에 사진 이미지와 움직임을 포착하는 매체였고 영상 언어의 진가는 이야기 바깥에서부터 작동하기 시작하는 법이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부문에 초청된 손구용 감독의 <밤 산책>은 제목 그대로 한 동네의 밤 풍경을 담아낸 독특한 다큐멘터리다. 동시에 과감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사실 장르를 정의하는 게 무의미하다. 손구용 감독의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의 밤 풍경을 포착하는 그물이 아니다. 오히려 관찰자가 감각한 형태로 밤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변화시키는 붓에 가깝다. 존재 그대로의 형상을 판화처럼 찍어 내는 카메라의 자동 기술, 사진이 아니라 차라리 화가의 손끝에서 재창작되는 회화에 존재 근거를 두고 있다. 손구용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오후 풍경>의 로케이션 장소 중 하나인 세검정 마을에서 산책을 하다가 이 영화를 위한 영감을 받았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사물과 풍경이 한순간 푸른 빛으로 감응하는 미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도시와 자연, 숲과 골목길과 개울의 정적인 풍경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문인의 추상적인 정신세계를 구상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조선시대 문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손구용 감독은 대사와 목소리를 지운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리를 지우고 이미지와 카메라의 붓질로만 내면을 하나의 형상으로 물질화시킨다. 어두운 화면은 한 폭의 캔버스가 되어 수묵의 풍경을 자아내기도 하고, 조선시대 문인들의 산수화처럼 시를 적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영화가 빛으로 찍는 판화라면 <밤 산책>은 어둠을 걷어 내며 만들어진 얼룩들의 형상이다. 그래서 ‘밤’에만 허락된 산책이다.

송경원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