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정세진 | 2008ⅠFictionⅠColorⅠHDVⅠ23min 30sec

SYNOPSIS

서울, 오래 된 아파트에 김 할아버지가 홀로 살고 있다.
김 할아버지의 부인은 1년 전, 할아버지의 곁을 떠났다.
돌아온 할머니의 기일, 할아버지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식사를 위해 밥을 짓는다.
이때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는 세탁소 여자, 세연.
할아버지는 세연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고 둘은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언젠가부터 ‘관대함’ 혹은 ‘사생활보호’라는 이름 뒤에 냉혹한 무관심을 숨기고 산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 ‘아이가 자고 있습니다.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라는 표시가 필요할 만큼 우리는 이웃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런 현실의 씁쓸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당신 옆에 있는 평범한 셔츠 차림의 노인이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담배를 필 때 그것은 딸을 잃은 부모의 모습일 수 있고 어느 순간 우연히 당신의 이름을 물어 보았던 할아버지가 옷을 세탁하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한번 쯤 생각해보자.

FESTIVAL & AWARDS

2008 제12회 서울인권영화제
2008 제4회 부산디지털콘텐츠유니버시아드

DIRECTOR
정세진

정세진

2005 <아들, 어머니에 독백>
2006 <머문 그 곳에서>

STAFF

연출 정세진
제작 박상근, 박현우
각본 정세진
촬영 김두현
편집 이성욱, 박창록
조명 김윤정, 이지영, 정보람
미술 지은주, 오서영, 정은아
음향 최인환, 황이슬
음악 전유진
출연 김상규, 강다영

PROGRAM NOTE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와 물질만능주의가 심해지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독거노인은 사회에서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다. <밥>은 이웃에게 외면당하는 노인과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소녀를 이야기 한다.
1년 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는 할아버지. 그 집에 매일 같은 시간 이어폰을 끼고 다니며 ‘세탁’을 외치는 세탁소 소녀 세연이 지나간다. 죽음을 결심한 할아버지는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고 그 집에 우연히 세연이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세연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건네며 ‘밥’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한다.
무관심 속에 버려 질 거란 걸 아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누구에게든 알리려 소통을 시도한다. ‘밥’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나가게 할 중요한 매개체이며 자신이 줄 수 있는 따스한 정이다. 하지만 소통을 하려 않는 소녀에게는 단지 하루 일당인 삼 만원 짜리 식사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노인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가 버스 안에 울려 퍼지지만, 어느 하나 유심히 듣는 사람이 없다. 무심코 라디오채널을 돌리는 버스기사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 런지.
나 또한 내가 속하지 않은 이야기에 얼마나 귀 기울였을까. 영화가 끝난 지금도 라디오의 음성이 아련히 들려온다.

임가영/서울독립영화제2008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