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탈 脫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장편

서보형 | 2021 | Fiction | Color | DCP | 72min 17sec (E)

SYNOPSIS

깨달음을 얻고자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단식과 백팔배, 좌선에만 매달리는 영목에게 어느 날부터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전시를 앞둔 지우는 새 작업을 할 수 없어 괴롭다. 영감을 찾고 있는 그녀에게 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DIRECTING INTENTION

不一不二. 너와 내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는 불가의 철학이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영목과 영감을 찾고 있는 미술작가 지우. 둘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이야기로 엮이며 서로에게 숨을 불어넣어 상생한다. 벗어날 탈 ‘脫’은 육체를 벗어난 자의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개인들이 서로 단절된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 영화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타자와의 만남에서 오는 환희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不一不二.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서보형

서보형

2016 선잠
2018 솧 soh
2019 탈날 탈 頉

STAFF

연출 서보형
제작 봉수지
각본 서보형
촬영 김비오
편집 서보형
조명 이정훈
음악 박우재
미술 이수진
드로잉 손선경
애니메이션 손선경
출연 임호준, 위지원, 성용훈, 김현정, 장준휘

PROGRAM NOTE

임박한 죽음을 앞두고 삶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남자, 한때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더는 그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미술 작가.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점유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득도와 영감을 얻고자 제 싸움을 이어 간다. 그 방법은 각기 다를지언정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이란 결국 자기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일이다. <벗어날 탈 脫>은 ‘脫’ 즉, 육신이라는 탈을 벗어난 상태와 그때 비로소 가능한 기쁨을 서사가 아닌 이미지로 찾아가고 증명해 내고 싶어 한다. 숏 하나하나의 쓰임과 카메라의 구도, 움직임, 리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는 자기만의 속도와 유머를 만들어 내고 끝도 시작도 생성도 소멸도 없는 무한궤도 위에 훌쩍 올라탄다. 전혀 다른 시공간이 이어지고, 만날 수 없는 이들이 마주하며, 끝은 시작으로, 정지는 움직임으로 유유히 계속된다. 이것이야말로 ‘脫’이며 어느새 자동 발생하고 있는 이 영화 <벗어날 탈 脫>이고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기쁨이다. ‘무엇이 영화가 될 수 있는가.’ 어쩌면 이 영화의 구도(求道)는 저 거대한 질문을 향해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