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아 울지마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본선경쟁(중편)

이기욱 | 2006 | Fiction | DV | Color | 28min

SYNOPSIS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 신입생 원석은 어느 날 동아리 선배인 현이와 용호로부터 대학가요제 출전 제의를 받는다. 막노동으로 번 돈을 선배들의 술값으로 탕진하기도 하고, 어설픈 기타연주 때문에 혼나기도 하지만, 원석은 시간이 갈수록 현이와 용호에게 서서히 스며들어간다. 선배들과 교수님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가면서도 이들 ‘날개밴드’는 드디어 1차 예선을 맞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한 가지 색만이 아닌 다양한 색들이 조화롭게 모여 하나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낭만, 열정.
대학이란 곳의 이미지였다. 그랬다. 그랬었다. “개성! 개성!” 젊다는 특권을 내세워 소리쳐 대던 젊은이들에게서 그 잘난 개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취직을 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와 남들이 보는 영어책을 보고, 남들이 따는 자격증을 따며, 남들이 쫓는 꿈을 쫓는다. 정작 그 꿈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매일같이 나갈 수 있는, 남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직장이면 그만이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너무나 쉽다. 너무나 쉽게 말한다. 너무나 쉽게 이해한다. 결국 포기이다. 그 잘난 패기와 열정은 거짓이다. 철부지 도전에 대한 동경. 앞뒤 재지 않는 도전 그 자체. 남들은 바보 같다 말할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남들의 눈’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기욱

이기욱

2006 <종이비행기>

2006 <영아의
엇박자>

STAFF

연출 이기욱
제작 이기욱
각본 이기욱
촬영 박서영
편집 김대웅
조명 차승한
미술 고효정
음향 김기현
PD 박종경
장비 이근우
연출부 문동민
출연 라경덕, 이희우, 남신우, 주석제, 이천우

PROGRAM NOTE

벼룩아 울지마 먹을게 없는거니

내몸에 더 이상 니가 원하는건 없어

안됐지만 넌 사라져 줘야겠어

 

중략...

 

여섯 개 발중에 두발을 들어 내잔을 받아

나머지 발중에 두 발을 들어 기타를 잡아

나머지 두발로 점프를 해

내 머리를 향해 소리쳐봐

니가 찾는 내가 이렇게 울고 있다고

난 아직 꿈틀거린다고

난 이리 놀다가리라아!

 

벼룩이와 까칠이는 후배 어리버리에게 대학가요제 출전을 위한 밴드제안을 하고, 어리버리는 그 제안을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의 첫 번째 기회라 생각한다. 그러나
순탄치 않은 그들의 밴드. 기타를 잡은 어리버리는 박치인데다 까칠이는 재미만 찾고, 벼룩이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멤버들의 부족한 열정이 불만이다. 학회다
취업이다 모두가 바쁘게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열중인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그저 재밌자고 결성한 날개밴드의
대학가요제 도전기.

모두가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시대. 뒤돌아보거나 재미를 찾거나 혹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냥 한번 해보는 것이라면 바보가 돼버리는 시대. 하지만 그런 세상은 재미가 없다. <벼룩아 울지마>는 먹고 살자는 소보로빵의 이성과 재미 좀 찾자는 막걸리의 감성이 쉼 없이 충돌하는 젊음을 락밴드 동아리의
대학가요제 도전기로 풀어가는 성장영화다. 

먹고는 살아야겠지만 재미도 있어야 뭔가 ‘맛’이 있는 거다. 그
‘맛’을 찾아 그냥 해보고 싶은 거다. 그런 게 있는 거고, 그럴
때가 있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재미와 열정 따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법. 그들은 패배하지만 그것이 곧 좌절이자 끝은 아니다.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조금씩 꿈틀거린다. 익숙한 패배지만 패배자들의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 벼룩은 여전히 죽지 않고 꿈틀거리고 있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