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산에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이지행 | 2002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45sec

SYNOPSIS

군사 작전 지역으로 묶인 산 어딘가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좇아 모녀는 아버지의 시신을 이고 인적 없는 산길을 오른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이해한 가족이라는 것의 특수성, 서로에 대한 원망이나 되돌릴 수 없는 불화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서로를 품에 안고 세상을 건너야만 하는, 이해하기 힘든 그 징글징글한 인연에 대해 조분조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산으로 대표되는 인생이라는 것의 불가항력적 속성에 대해서도. 인생의 면면과 너무나 흡사한 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녀의 아버지 시신 올리기. 산의 끝에 닿기 전에 혹은 인생의 절벽에 서기전에, 세상의 모든 모녀들이 아버지와의 화해를 넘어서 자신들 인생과의 화해에 이르기를 소망하며, 나는 이 작품을 구상했다.

FESTIVAL & AWARDS

2002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2000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2 제4회 서울여성영화제 경쟁부문

DIRECTOR
이지행

이지행

1999 <파트너>

1999 <화분>
2002 <봄산에>
2004 <호랑이 푸로젝트>
STAFF

연출 이지행
제작 김동환
각본 이지행
촬영 이승협
음악 유희열
동시녹음 이태규
미술 장정숙
조연출 정수진
출연 문소리, 이승옥, 이계영

PROGRAM NOTE

<봄산에>는 익숙한 듯 낯선 이미지들이 충돌하는 영화다. 짐 차 트럭에 관을 싣는 것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하얀 상복을 입은 모녀가 쑥이 흐드러진 봄 산을 시신과 함께 오르는 이야기이다. 화사한 봄풍경에 상복을 입은 모녀 둘, 관지기가 떨어트려 깨어지는 관, 나무 토막 같은 시체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녀, 어둠 속에서 소복 차림으로 한바탕 싸움을 하는 모녀, 묘자리를 찾는 그녀들에게 총을 겨누는 군인들….
영화는 특정 장르적 관습을 무심하게 비켜가면서 완성도 높은 구성과 절제된 감성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이같은 이미지들로 인한 언케니한 여운이다. 그래서일까. 1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동시대적인 이슈와 감각이다. 할머니, 귀신, 간첩이라는 키워드로 비엔날레를 하는 이 지점에서 말이다.

이승민/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