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어나다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정지연 | 2008ⅠFictionⅠColorⅠ35mmⅠ20min | 집행위원회특별상

SYNOPSIS

평온한 봄날, 연아는 수업 중 갑자기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해 주변을 당황시킨다. 같은 반의 반장인 성은은 공부 이외의 것에는 무심한 아이인데, 이상하게 연아에게 끌린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연아의 짝인 민영과 그 친구들은 몸의 냄새가 심해진다며 음식을 거부하는 연아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려 하고, 성은이 충동적인 반감에 끼어들게 된다. 그 날 이후 연아는 학교에나오지 않고, 원래 사교성이 없는 성은은 반에서더 고립된다. 성은은 연아의 생일날 연아의 동네까지 찾아가보는데 연아가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며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비현실적인 식물적인 욕구..
그리고 그 욕구를 뒤쫓는 욕구불만의 누군가가 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몸의 감각이 닫히는 것이 두려워졌고
진정으로 노출되고 싶은, 깨어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정지연

정지연

2004 < 달콤, 쌉싸름 >
2005 < 두 번째 세계 >
2007 < duet >
2008 < 숭고한 방학 >

STAFF

각본 정지연
감독 정지연
프로듀서 한상범
촬영 이선영
미술 박종범
편집 정지연
음악 장영규
동시녹음 곽기남
사운드 장철호
출연 김예리, 권지원, 김소숙, 방은주, 신지현, 서재윤, 이정미, 오동주, 곽기남

PROGRAM NOTE

성장이란 것은 영민했던 예민함을 잃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내가 지닌 욕구가 무엇인지 확인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누군가 구성해 놓은 획일화된 틀 안에서 영민했던 예민함도, 고민되어지지 못한 욕구도 거세당한다. 청소년기를 한참 지나온 나와 당신. 제재당하고 내몰리기 바빴던 그때, 촘촘했던 결들을 가지치기 당하던 그 시기의 아이들을 대면하는 것은 애처롭다. 시스템을 이야기하기 이전 그 시기의 감당할 수 없는 감성만으로도 넘어서야 하는 고비는 가파르지 않았던가.

음식을 거부하고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연아. 타인에게 무심하며 코피를 흘리며 공부하는 성은. 분명 다른 이 둘의 얼굴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공통점으로 겹쳐진다. 연아는 침묵으로 말을 하고 있고, 성은은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감독은 우리에게 이들을 통해 그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우리가 잃은 어떤 예민함과 욕구에 대해 공유하고자 하고 있다.

비가 온다. 온 몸으로 비를 맞는 그녀들. 언제 올지 모를 봄날, 오늘의 이 비로 각자의 방에 감금되어진 모든 것들이 피어나길 바란다. 부디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이지연/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