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정회욱 | 2010 | Fiction | HD | Color | 19min10sec

SYNOPSIS

한 평 남짓, 작은 주차장 부스. 그곳은 한 여자에게 공적인 일터이자 사적인 욕망이 뒤엉켜 있는 아지트다. 그 폐쇄된 공간은 그녀를 욕망의 판타지 속으로, 때로는 극단적인 현실 속으로 내몬다.

DIRECTING INTENTION

일터라는 공적인 현실 속에서 은밀하게 표출되는 사적인 욕망이 뒤엉켜 충돌하는 과정을 포착해 보고 싶었다. 과연 욕망의 판타지가 지루한 현실을 잊게 해줄 수 있을까?

DIRECTOR
정회욱

정회욱

2005 <버마, 총을 든 붓다의 후예들>

2006 <한글 달빛 위를 걷다>

2011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STAFF

연출 정회욱
제작 남승석
각본 정회욱
촬영 손화영
편집 강진국
조명 황경록
미술 송민주
음향 표영수
음악 정운상
출연 양은용, 김영무

PROGRAM NOTE

여자는 한강공원 주차관리소에서 일한다. 들어오는 차를 위해서 청색 버튼을 누르고 나가는 차를 위해서 백색 버튼을 누르는 게 그녀의 주 업무다. 차량통제기와 CCTV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는 기계의 조작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 그녀의 모습은 조립라인 공장 노동자와 다름없기에 우리는 그녀를 기계의 부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녀의 행동은 반복이 지배하고 그녀의 삶은 권태가 압박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삶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서사를 진전시킨다. 잃어버린 인형을 찾으려는 남자와 인형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여자. 또는 남자를 훔쳐보는 여자의 시선과 그 여자를 다시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 말하자면 이 영화의 서사적 구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같다. 마치 꿈의 구조처럼.
영화는 반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은 여자의 일상이다. 동시에 일상 또한 반복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주차관리소 부스 안에는 모든 사물이 기계적인 반복을 행하고 있다. 온풍기, 환풍기,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 모든 반복은 시각적인 영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 너머의 청각적인 영역 혹은 우리가 모르는 비감각적인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녀가 무릎을 긁는 행동 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동들은 모두 촉각적이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권태가 삶에 균열을 낸다. 삶에 틈이 나는 순간, 영화는 의식을 포기하고 무의식의 흐름을 쫓는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낮과 밤, 안과 밖의 경계는 지축이 흔들리듯 허물어진다. 더불어 여자의 현실 감각도 사라진다. 그녀의 모습은 흡사 바위 덩어리를 앉은 채 심해로 가라앉는 것처럼, 무겁고 깊다. 삶의 중력이 그녀를 누르고 있어 영화 전체에 무게감이 발생하고, 악몽이 끝없이 어이지고 있기에 삶에서 깊이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에 필요한 것은 악몽의 연속을 중단할 어떤 힘이다. 하지만 누구도 꿈을 중단시키는 법을 제시하지 못할 터. 애석하지만 우리의 최선은 꿈을 견뎌내는 것뿐이다.

이도훈/서울독립영화제2011 관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