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이탁 | 2021 | Fiction | Color | DCP | 34min 7sec

SYNOPSIS

화천댁은 자살한 남편의 시신을, 서암댁의 집 텃밭에 묻어 달라 부탁한다.

DIRECTING INTENTION

평생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지만, 땅 한 뼘 가질 수 없는 세상에 도래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왓챠가주목한단편
2021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2021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
2021 제23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1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2021 제5회 원주옥상영화제
2021 제24회 도시영화제

DIRECTOR
이탁

이탁

2019 젯-다이 아쿠무

STAFF

연출 이탁
제작 유수현
각본 이탁
촬영 김우영
편집 이탁
조명 임지훈
음향 최혜리
음악 최혜리
미술 최명은
조연출 이현수
출연 오민애, 김재화, 이재인

PROGRAM NOTE

땡볕 아래 이삭 하나 없는 벌판에서 괭이질하는 양 그악스럽게 호미를 내리치던 여자들은 휘모리 장단에 우르르 뛰어간다. 목을 매단 남편을 보고 집으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화천댁. 사라진 시체와 화천댁 때문에 뒤숭숭한 서암댁과 여자들. 우연히 서암댁은 시체를 발견하고 화천댁이 나타난다. 화천댁은 동네 재개발 사업권을 가로챈 자가 서암댁의 남편이라며 그 집 텃밭에 남편을 묻어 달라고 한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재개발 사업권을 둘러싼 남자들의 추접스러운 욕망과 달리 여자들은 평생을 땅바닥에 붙어살면서도 땅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라 지렁이라 말한다. 호미로 벌판을 일구고 동네 창피한 줄 아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속옷만 입은 채 염색을 하고 풍수지리를 따지고 부정 탄다며 장례식에는 가지도 않는다. 명확한 시공간을 알 수 없는 배경, 사투리로만 이루어진 대사들의 짙은 토속성은 도시에서나 영화를 보고 있을 우리들의 심리적 불안을 점차 고조시킨다. 역시나 이삭 하나 없는 석양 녘 풀벌레 소리와 까마귀 소리만 들리는 벌판에서 죽은 땅을 일구는 여자들을 보고 나서야 저 파국이 나와 상관없는 영화였음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그러나 영화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에게 예언하듯 남기는 마지막 자막은 스산하다.

한재섭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