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박용석 | 2004 | Documentary | DV | Color | 22min 25sec

SYNOPSIS

‘비둘기’는 비둘기에 관한 기억을 고백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나는 시나리오 없이 따로 두 사람을 인터뷰하고 이 소리를 서로 대화 나누듯이 편집하였다. 각자 비둘기에 대한 기억을 고백하며 자연스레 자신이 체험한 도시 이미지와 사건들을 묘사하게 된다. 유학생활을 하며 겪은 외로움, 학창시절 선생님과 86년 아시안게임 행사, 사기사건, 연애 이야기 등 비둘기는 더 이상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도시에서 유랑생활 하는 방랑자의 모습으로 대변되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비둘기를 생각하면 흔히 평화의 상징을 떠올릴 것이지만, 실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혀 반대의 경험들을 말하곤 한다. 대화의 내용들은 생각해보면 우울하고 외로운 상황들의 심리적인 고백들인 것이고, 자신이 살아온 도시 풍경의 묘사나 기묘한 사건들 또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비둘기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둘기 인터뷰에 참여한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 없는 인물이다. 나는 이것을 스테레오 채널에서 나누어 편집하였는데, 각자 횡설수설 하듯 기억하는 내용들은 전혀 딴소리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 비슷한 내용을 말한다. 잠시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여전히 그들은 혼자 독백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게 엇나가는 우리의 생활들처럼 말이다. 나는 비둘기라는 매체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풍경들을 묘사하며 그 내면에 담겨있는 도시민의 심리적 불안감과 희망, 외로움과 그리움을 그려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DIRECTOR
박용석

박용석

2001 < S씨의 하루 >
        광주비엔날레
        전주국제영화제-디지털비디오다이어리
2002 < 성남기억 >
        광주비엔날레
        코리아에어프랑스
2002 < 화분배달 >
        부산비엔날레
        일주아트하우스 비디오 다큐멘트
        대구문화예술회관 Yong Artist's Network전 상영
2004 < 해님 달님 >
        서울 뉴미디어아트 페스티벌
STAFF

연 출 박용석
제 작 박용석
출 연 장지아, 이주요

PROGRAM NOTE

영화는 제목이 암시하듯 비둘기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도시 생활 중에 자주 마주치는 것이 비둘기다. 주변의 공터나 학교, 한적한 공원이면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먹이를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비둘기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비둘기에 대한 화자들의 고백은 불쾌한 기억들을 따라, 자신의 체험적 기억의 감각들이 끊임없이 비둘기의 이미지들로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내장되어 있는 비둘기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화려한 올림픽 개막식 뒤로 펴져 올라가는 평화의 상징들이다. 그 많은 비둘기들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간들이 평화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비둘기를 인위적으로 인간의 곁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인간들은 자신의 곁에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비둘기들을 증오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기억 사이에 파장을 일으킨다. 또한 서로 중첩되어 진행되는 나레이션은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발화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비둘기를 둘러싼 기억은 곧 우리 사회에 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이며 역사적인 기억의 중첩들이다. 이 영화에서 비둘기에 대한 기억들과 그것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은 특별한 효과가 없는 이미지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충돌하고 상호보완하면서 역사적 기억의 타래들을 만들어간다. 김화범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