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철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배종대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06min 49sec (E)

SYNOPSIS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가 발생해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는 사망, 피해자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 가해자의 아내 희주가 돌아온다. 희주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 피해자 아내 영남도 함께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DIRECTING INTENTION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어려움, 그 불가능한 미스터리를 우리는 풀 수 있을 것인가.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 (염혜란 배우)

DIRECTOR
배종대

배종대

 

2007 고함
2009 계절
2011 모험

 

STAFF

연출 배종대
제작 문영화, 서호빈
각본 배종대
촬영 조왕섭
편집 김우현
조명 송재호
음악
미술 김희진
출연 김시은, 염혜란, 박지후, 이주원, 강진아, 조대희

PROGRAM NOTE

밤의 교통사고 현장을 한 대의 차가 스쳐 지나간다. 차의 백미러로 사고 차량의 전조등에서 흘러나온 빛이 비치는데,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빛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사고로 한 남자는 죽었고, 다른 남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빛과 철>은 시간이 흐른 뒤 두 남자의 부인 희주와 영남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희주가 우연히 주워들은 말은 시간 너머로 빛을 잃은 사건을 불러낸다. 미스터리로 전개될 것 같은 이야기는 드라마에 더 치중한다. 희주와 만난 경찰은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는 투로 반응하지만, 현장은 이미 오래전에 말끔하게 정리된 후다. 예민해진 두 여자가 구하려던 것은 자기 입장을 방어해 줄 벽인지도 모른다. 진실이 흐릿할 때, 믿고 싶은 것과 부정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윤리적 태도를 견지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제일 쉬운 태도는 사고 당사자의 고용인인 사장처럼 대리인을 두고 현실에서 빠지는 거다. 그는 영화 내내 얼굴 한 번 보이지 않는다. 그와 정반대의 위치에 영남의 딸 은영이 있다. 극 중 어른들이 어떤 핑계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소녀는 깊은 슬픔 속을 헤맨다. 아마도 <빛과 철>의 유일한 진실은 슬픔일 것이다. 영화의 비극은 타인의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로드킬 당한 어린 고라니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가운데 방치되는 것처럼, 누구도 행방이 묘연한 소녀를 찾지 않는다. 은영은 어디에 있을까.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