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사람들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해외초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 Thailand | 2007 | Fiction | Beta | Color | 15min 22sec

SYNOPSIS

일군의 사람들이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가로지르는 메콩강을 따라 뱃놀이를 하고 있다. 그들은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강의 한 가운데에서, 한 여인이 가족들을 바라보며, 강에 재를 뿌린다. 하얀 가루가 진흙탕의 물속으로 퍼져나간다. 배는 두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에서 뱃머리를 뒤로 돌린다. 승객들은 지쳤고, 각자의 세계에 빠져든다. 영화는 해체된다. 스태프들과 출연자는 가상의 강에서 방황한다. 국경은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연결한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뒤따라온다. 새벽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까지 배는 여전히 나아간다.

DIRECTOR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STAFF
PROGRAM NOTE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태국과 라오스의 경계에 걸쳐있는 메콩강을 따라 배 여행을 하고있다. 그들은 죽은 이의 명복을 빌며 바람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강의 한가운데서 가족의 어른같은 여성이 강물 위로 재를 뿌리고 회새빛 재는 강물 속으로 사라진다. 두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까지 접근한 배는 서서히 방향을 바꿔 온 길을 되돌아온다. <빛나는 사람들>은 죽은 자를 기억하는 의식을 재창조한 영화다. 두나라 사이에 놓인 다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고 국경의 경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배의 움직임은 죽은 자를 배웅하고 삶의 현장으로 귀환하는 산 자들의 통과의례를 재연한다. 그러나 다리를 기점으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순간 영화는 아핏차퐁 특유의 길잃기, 혹은 미끄러지기로 방향을 튼다. 진지하게 진행되던 제의는 제작진들의 사적인 대화와 웃음소리, 노랫소리와 뒤섞이면서 서사의 통합성을 잃고 표류하고, 영화는 제의의 시뮬레이션 위에 영화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덧칠한다.
아핏차퐁은 제작진들과 메콩강 근처의 작은동네인 농카이(Nong Khai)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마을 사람들을 모았다고 한다. 배 위에서의 이틀 동안 그들은 가짜 의식을 치르면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갔다. 그 와중에 스탭들의 대화가 녹음되고 스탭 하나가 부르는 노래도 영화의 일부가 된다. 영화의 안과 밖을 뒤섞어버리는 아핏차퐁 특유의 터치는 15분의 단편에서도 어김없이 빛난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7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