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처녀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단편

김초희 | 2017 | Fiction | Color | DCP | 28min 30sec

SYNOPSIS

미지의 행성에서 온 씩씩한 70세 노처녀, 순심이 짝을 찾아 지구로 날아온다. 하지만 남자는 온데 간데 보이질 않고 숲속에서 혼자 나물을 캐고 있는 달래만 보일 뿐이다. 달래는 남자를 구하러 지구에까지 날아온 순심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그날 이후, 순심과 달래는 숲에서 나물을 캐가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의 목숨을 건져준다. 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사슴은 그녀들의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주기로 한다. 그녀들의 소원은 바로 자신들의 짝을 찾는 것! 사슴은 순심과 달래의 소원을 들어주게 될까?

DIRECTING INTENTION

화창한 봄날, 나는 재래시장에서 나물을 팔고 있는 한 할머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작고 마른 몸으로 쪼그려 앉으셔서 나물을 다듬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무척 고단해 보였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이렇게 고단한 현실이라니... 그 때, 내 마음도 고단하게 느껴져서 이래저래 그 마음을 거두고 싶은 감정이 생겨났다. 그 마음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0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DIRECTOR
김초희

김초희

2012 <겨울의 피아니스트>

2013 <우리순이>

STAFF

연출 김초희
제작 서동현, 김초희
각본 김초희
촬영 박홍열
편집 손연지, 이호승
조명 이의행
음악 위정윤
사운드 김시현, 최대원
출연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정다원, 배유람, 신석호

PROGRAM NOTE

미지의 행성에서 짝을 찾아 지구로 온 씩씩한 70대 ‘노처녀’ 순심. 먼 길을 왔건만 여기서도 남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람이라고는 태어날 때부터 산나물만 캐왔다는 달래뿐. 물론 달래도 남자 없이 혼자다. 어쩔 수 없이 순심과 달래는 애꿎은 나물만 캔다. 어느 날 순심과 달래는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준다. 사슴은 그 고마움을 갚고자 수를 써 ‘남자’인 찰스와 리차드가 그녀들에게 빠져들게 했다. 두 남자는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듯 순심과 달래를 사랑하게 되나 이 마법의 효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산나물 처녀>는 기존의 설화와 신화를 패러디해 사랑에 관한 웃긴 ‘설화’가 됐다. 대표적으로 설화 <선녀와 나무꾼>을 가져왔다. 선녀 대신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목욕하는 찰스와 리차드가 등장하고 순심과 달래는 선녀의 옷을 훔치는 나무꾼이 됐다. 이들은 ‘데덴찌’로 서로의 짝을 결정하며 모텔 나이트 가운이 ‘선녀의 날개옷’으로 둔갑하는 식이다. ‘해설자’를 자처한 김초희 감독의 내레이션도 극의 리듬감을 더한다. ‘설화’ <산나물 처녀>에는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생리에 대한 반짝이는 혜안이 있다. 순심은 자신을 떠나겠다는 찰스에게 “내가 너 같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라며 정확한 말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다가도 “어차피 떠날 사람은 옷이 있든 없든 떠나는 거야. 그게 무서우면 사랑이 아니지”라며 사랑 앞의 용기를 말하기도 한다.

정지혜 /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