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단편경쟁

최지영 | 2005 | Fiction | 35mm | Color | 15min | 코닥상

SYNOPSIS

엄마는 뇌출혈 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어눌한 말과 행동이 치매라 여기며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자신도 레이건처럼 치매로 죽게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바이트하던 딸은 혼자 있는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하지만 엄마는 받지 않고, 딸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데…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나와 뇌출혈로 정신지체장애자가 된 우리 엄마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가 직접 엄마역을 하신다.) 사는데 병에 없고 고난이 없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 할 것이다. 삶이란 완벽해야 행복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두 모녀의 연대감을 통해 소통해 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5 서울독립영화제
2005 제6회 장애인영화제
2005 제12회 토리노국제여성영화제 2등상
2005 제11회 팜스프링스국제단편영화제
2005 제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05 제7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 땡그랑 동전상
2005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 특별언급상

DIRECTOR
최지영

최지영

1999 < The Plague >

2004 < My Name Is Leslie >

 


 

STAFF

연출 최지영
각본 최지영
편집 최지영
미술 최지영
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촬영 이선영
조명 채수영
작곡 권세영
사운드 임서진
출연 서봉순, 전은미, 박찬국

PROGRAM NOTE

어느 날 문득, 어릴 적에 바라보던 부모의 모습이 아닌 설기고 빈구석이 많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 지거나 어찌할 바를 몰랐던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그런 순간들에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작품 속의 엄마는 자식 뒷바라지에 작아지고 오그라든 우리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하고 싶은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눈물만 흘리고, 그를 바라보는 딸은 여느 딸들의 모습과 너무도 맞닿아 있는 애증의 대응을 한다. 딸이 바라보는 엄마는 자신의 20년, 30년 후의 나 일 수 있기에 어쩌면 이러한 대응은 모녀관계의 성장과정 속에 자리한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일상의 분쟁은 엄마의 굳은 살 박힌 손에 마사지를 해주며, 혹은 찬거리 준비하는 동안의 소담을 통해 당신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변해가고, 어느새 엄마 같은 삶을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딸은 서서히 엄마와 같은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서로의 닮은꼴을 보면서 위안하는 둘도 없는 친구이며, 단지 손을 잡고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서로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해지는 각자의 분신이 되는 것이다. 작품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세상의 모든 모녀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에피소드와 친화력으로 소박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독의 어머니는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 그대로 작품에 담겨 있는 듯 하고 작품 속 모녀의 모습 위로는 쉴 새 없이 나와 내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시간이 흘러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따뜻하게 웃으며 엄마는 손녀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만 같다. 할머니의 엄마가 네 엄마와 꼭 닮았는데, 너는 네 엄마의 어릴 적 모습과 꼭 닮았다고. 

지은희 / 서울독립영화제2005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