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에 불을 붙여

본선 단편경쟁

유종석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9min 10sec (E)

SYNOPSIS

1995년 화원여자기술학원. 서리는 이곳에 있었던 화재와 유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토록 불을 두려워했지만 기어코 불을 보고자 했던 소녀에 대해.

DIRECTING INTENTION

스스로를 덮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임에도, 마지막 저항 수단이 불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역설에 대해 말해 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왓챠가주목한단편상
2022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2022 제2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2 제8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2022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2 제23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
2022 제6회 원주옥상영화제
2022 제72회 몬테카티니국제단편영화제
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
2022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2022 제12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2022 제17회 런던한국영화제
2022 제2회 금천패션영화제
2022 제14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22 제5회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

DIRECTOR
유종석

유종석

2019 아쿠아마린
2021 Day the World Ended

STAFF

연출 유종석
제작 이유리
각본 유종석
촬영 김비오
편집 김서영
음악 최혜리
사운드 최혜리
동시녹음 김준익
미술 박해은
조연출 김수미
출연 조은형, 한성민

PROGRAM NOTE

영화는 가위질 소리와 유림 언니가 웨이브 펌을 하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유림이 머리를 싹둑 잘리고 있는 장면이 먼저 나오고 유림이 긴 머리로 탈출을 위해 담장을 넘는 장면이 이어진다. 사건의 선후 장면이 뒤섞여 있다. 영화는 화원여자기술학원에 감금되어 있다시피 한 10대 소녀들이 세상에 자기 위치를 알리고 그 세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계획적인 방화 사건의 한복판을 향해 여러 방향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들어간다. 여기서 시간은 흐트러져서 새벽 두시는 이미 와 있는 상태에서 그 시간에 이르는 계획과 사연과 시선들의 다층적인 시공간이 펼쳐진다. 직선적이지 않은 시간 배치의 뒤섞임이 주는 혼란은 내레이터인 서리가 우상(idol)인 유림 언니에 대한 기억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할 때 말 그대로 일종의 매혹이 된다. 불이 무섭다고 했던 유림 언니에 대한 반복적이고 최면적인 내레이션은 이 영화 속 1995년의 창살과 자물쇠로 막힌 건물 내부의 비명과 울음을 대신한다. 이 영화는 37명의 10대 소녀들이 죽은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사건에서 보도 기사 너머의 비어 있는 인물들의 틈새를 상상해 낸다. 불꽃은 반인권적 반시대적 처사를 밝혀 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그들은 자신들이 제물이 될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영화에는 경기여자기술학원 학생들이 재봉 수업과 미용 수업을 하고 있는 실제 사진 두 장이 실재의 틈입처럼 등장한다. 실제 사건의 무게가 장르적 테크닉이 주는 쾌감 사이에 흔들리는 추처럼 이동한다. 마지막 자막이 방점으로서 환기로 기능하는 가운데, 그 이동의 거리를 메우는 것과 4:3의 화면을 활짝 펼쳐 이 영화가 재현하고 있는 그 너머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도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진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