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 하드로맨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김정구 | 2001 | Fiction | 35mm | Color | 18min 22sec

SYNOPSIS

등이 붙은 채 태어난 남과 여. 남자는 등 뒤의 여자를 무척 사랑한다. 어느 날, 그들의 은둔처에 온 한 아편쟁이를 사랑하게 된 여자는 자신의 운명과 등 뒤의 남자를 저주한다.

DIRECTING INTENTION

삶에는 세 가지 커다란 것들이 존재한다. 탄생, 연애, 죽음. 그 중, 서로 등을 맞대고 반대쪽을 향해있는, 즉,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상징으로서의 샴 쌍둥이야말로 저주받은 태생적 슬픔과 비극적으로 맞이해야 할 죽음을 함께 안고 있다. 이 탄생과 죽음 사이에 지독한 로맨스를 그리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1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 선재펀드상수상
2001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2 제11회 브리즈번국제영화제 (호주)
2002 제51회 멜버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호주)
2002 제10회 에뜨랑제영화제 (프랑스)
2003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DIRECTOR
김정구

김정구

1995 <오후만 있던 일요일>

1997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1999 < Industrial Direct Confession >
2001 <샴, 하드로맨스>
2004 <역진화론: 갈아만든 에덴>
STAFF

연출 김정구
각본 김정구
촬영 송의헌
편집 문인대
조명 안유학
음악 김일안
미술 김정구
믹싱 서영준
녹음 이성철

PROGRAM NOTE

<샴,하드로맨스>는 등짝이 붙어 서로의 얼굴을 대면할 수 없는 남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현의 관습에 연연하지 않는 괴이한 상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로맨스와 판타지, 호러의 경계를 서성인다. 어두컴컴한 방안의 발치에서 들여다본 저들의 내면적 정황은 그로테스크의 시각적 구현이다. 표현주의적인 풍경 아래 또아리를 튼 붙어있는 몸뚱이라는 표면적인 이질성 너머를 응시했을 때 이 이야기에서는 인류 보편의 주제에 닿으려는 야심이 감지된다. 충일한 합일과 대면을 금지당한 존재의 비애. 존재는 자신의 근원을 부정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는 허상과 같은 것이었으니 <샴, 하드로맨스>는 이형동체(異形同體)의 정체성으로 고뇌하는 이들을 위한 비가라고 할 수 있겠다. 수미쌍관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영화는 그 순환적인 세계를 형상화한다. 풀밭에 누워 서로를 마주한 샴남샴녀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오프닝으로부터 오프닝과 같은 공간에서 하늘로 솟는 카메라가 해골이 된 그들과 남겨진 아이를 비추는 클로징의 수미쌍관 이미지를 통해서도 사랑과 삶의 위협, 죽음, 탄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테마가 형상화되고 있다. ‘잉태’는 새로운 탄생이며 무력한 인간이 죽음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시종 신중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운용은 계산된 리듬을 느끼게 한다.

장병원/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