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굴다리

본선 장편경쟁

구파수 륜호이 | 2023 | Fiction, Documentary | Color | DCP | 67min (K, E)

TIME TABLE
12.2(토) 10:30-11:37 CGV압구정(신관) 4관 E, K, GV, 12
12.4(월) 16:00-17:07 CGV압구정(본관) 2관 E, K, GV, 12
12.6(수) 20:00-21:07 CGV압구정(신관) ART1관 E, K, 12
SYNOPSIS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고 AI는 스스로를 ‘구원(Goo-one)’이라 부른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트래킹된다. 어느 날 ‘구원’은 둠스데이의 징후를 포착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의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신호가 미치는 과거까지 시간 여행이 가능한 ‘구원’은 ‘저항자’들을 통해 ‘주술적 데이터’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저항자’들은 신호가 공명하는 ‘소리굴다리’에서 데이터로 환산되지 않은 퍼포먼스를 벌여야 한다. ‘구원’의 진입에 성공한 ‘저항자’들은 파국의 진실을 알리는 ‘역사의 천사’가 되지만 이를 거부하면 ‘구원’에 의해 삭제당한다. 홍샤인, 마승길, 조윤석은 굿과 펑크락을 결합한 즉흥음악 밴드 ”아나킨 프로젝트”의 멤버이다. 이들은 ‘구원’에 진입하기 위해 ‘소리굴다리’를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구원’의 이미지 인식 프로세스를 시각화한 것이다.

DIRECTING INTENTION

<소리굴다리>는 SF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영화로 시골 마을의 한 작은 굴다리를 신호가 공명하는 미래와 연결되는 통로로 상상하면서 시작됩니다. 점점 더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환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환원될 수 없는 정신적이거나 예술적인 활동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장과 축적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망각에 대한 공포가 낳은 지금의 문명은 그러나 오직 물질적인 편리만을 추구하는, 냉장고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문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명의 데이터가 집약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AI가 인간의 유희적 행위인 예술 활동까지 대신할 것처럼 보이는 지금, 다시금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예술의 의의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돈과 데이터 값으로만 수렴되길 거부하는 창발적인 활동을 하는 정신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소리굴다리>는 물질문명의 끝 지점으로부터 파멸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상상하고 픽셔널하게 재구성한 SF 다큐멘터리입니다. 언뜻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모순적 시도들은 소리굴다리라는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서 몽타주로 제시되고 충돌함으로써 질주하는 현재의 잔해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렇게 공명하는 소리들은 지금의 문명을 가로질러 밝은 미래를 향해 증폭하는 신호가 됩니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2023 남도영화제시즌1순천

DIRECTOR
구파수 륜호이

구파수 륜호이

2015 사류 射流

STAFF

연출 구파수 륜호이
제작 신부연
각본 구파수 륜호이
촬영 파수 륜호이
편집 구파수 륜호이, 신부연
음악 홍샤인, 마승길
미술 구파수 륜호이, 신부연
출연 홍샤인, 마승길, 조윤석, 김경민

PROGRAM NOTE

일명 ‘구원’이라 불리는 AI가 인류의 끝을 감지한다.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가치 없다고 여겨 온 각종 예술적, 정신적, 주술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항자들, 예술가들이 소리가 공명하는 굴다리를 찾아 나섰다. 이 엉뚱한 가정을 능청스럽게 펼쳐 두고 <소리굴다리>는 날 것 특유의 생경함과 펄떡이는 생명력을 바탕으로 기막힌 퍼포먼스의 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의 충돌과 중첩, 실사, 그래픽, 아카이브 푸티지 등 완전히 다른 방식, 차원, 범주의 데이터의 무매개적 접속, 다종다양한 장르의 거리낌 없는 혼종, 과거-현재-미래의 동시적 발생이 거침없이 일어나는 그야말로 이것은 괴이한 난장이다.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 길을 택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묵직한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즉흥 음악 밴드 아나킨 프로젝트의 듀오 홍샤인, 마승길의 로드무비로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운, 흥취, 흐름과 조우할 것이다. 특히 그간 공명의 세계를 너무도 태연하고 당연하게, 기본값으로 받아들여 왔음을 낯설고 다르게 감각하게 만드는 때가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이 영화의 강력한 존재감과 장악력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자 관객 각자가 스크린 안팎의 팽팽한 긴장감과 그 시간의 더께를 감당해야 할 때다. 어쩌면 진정한 쌍방의 공명은 바로 이때를 틈타 발생할지도 모른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