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진원지

단편 쇼케이스

함희윤 | 2022 | Animation | B/W | DCP | 11min (E)

SYNOPSIS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북한산이 지진을 내며 자라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환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자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세계의 존재를 눈치채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움직이는 이미지와 움직이지 않는 이미지와 관련한 고민이 회화,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매체의 경계에 대한 고민까지 확장되었다. 그러한 고민을 담은 시도로서 <소문의 진원지>를 제작하게 되었다.

DIRECTOR
함희윤

함희윤

2020 기억극장

STAFF

연출 함희윤
제작 리튬
각본 함희윤
촬영 함희윤
편집 함희윤
음악 신승민
출연 함영준, 심선식

PROGRAM NOTE

회화의 역사는 광학의 역사와 맞물려 있으며 광학에서 렌즈 이미지의 고정은 사진과 영화로 이어진다. 광학의 힘을 빌리더라도 화가의 손과 시선이 가진 개성과 기량, 서로 다른 관점들은 작품들 사이의 차이를, 세계를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를 낳는다. 15세기 이후 광학적 투영 장치가 화가의 비밀 무기가 되었던 시기의 그림들은 대개 실제와 가까울수록 찬탄을 일으켰고 카메라 발명 이후의 그림들은 인간 시야의 유동적 시점에 더 주목했다. <소문의 진원지>는 그러한 회화와 광학의 역사를 짧게 일별하는 작품이다. 연필 소묘의 흑백 묘사는 트롱프뢰유로는 잡히지 않는 세계의 균열을 드러낸다. 흔들리는 유리 뚜껑, 날아든 파리, 빠른 걸음의 쥐, 물결, 오토바이, 움직이는 인물들은 이 정물들을 무빙 이미지로 만든다. 파리의 도상학 중 하나는 관람객들이 그림 위에 파리가 날아든 것인가 착각하게 하는 화가의 기량 발휘이며, 그 그림의 현존성을 관람객에게 느끼게 하는 장치이다(다니엘 아라스). 이제는 파리의 도상학에 회화가 영화가 되는 순간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작품 <사각형 태양이 뜬 풍경> 속에는 “베네토 출신 카를로 크리벨리의 작품”이라는 서명이 왁스로 붙어 있는 물결무늬 비단이 모사되어 있다(크리벨리의 1480년 무렵 작품 <성모자>가 출전). 이 그림에 그 파리가 있다. 그 실물 같음의 과잉으로 수전 손택이 캠프의 명단에 올린 바로 그 그림이다. 아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그리는 유행이 ‘광학을 이용한 아름다운 붓질’(데이비드 호크니)이었다면 빛 속에서 비를 맞고 있는 북한산의 시시각각의 모습은 회화를 넘어서 연장된 재현의 시간을 가리킨다. 조명기와 비슷한 사각형 태양 아래의 정물과 풍경, 그리고 서서히 페이드인 되어 자리 잡아, 더 이상 그림 속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의 중력의 힘 때문에 툭 포개지는 두 개의 흰 형상들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영화, 세계의 안과 바깥에 대한 여러 연결 지점을 마주하게 되는 작품이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