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빈은 못말려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오우리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8min 27sec (E)

SYNOPSIS

학과 최고 인사이더 예림의 노트북이 사라지고, 유일한 목격자였던 유빈은 이 일을 함구하며 은근히 즐긴다.

DIRECTING INTENTION

도움이라는 이름 하에 약자에게 행하는 틀어진 도덕심, 지배욕.
하지만 나의 시선에서 보면 이야기는 선행이며 도덕이고 늘 억울할 뿐이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오우리

오우리

2019 엄마에게

STAFF

연출 오우리
제작 이유온
각본 이지연
촬영 현예빈
편집 오우리, 오수연
조명 권오윤
미술 이서형
출연 문인옥, 오은재, 김유리

PROGRAM NOTE

악의를 품고서라도 살아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품으라고 말해 주고 싶다. 매 순간순간, 하루하루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증오해야 살아갈 수 있다면, 기만과 협잡의 기술을 이용해 당신의 위치와 자리를 찾고 지켜야 한다면 기꺼이 속아 주는 척, 모른 척해 줄 수 있다. 그렇게라도 그대가 살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나를 눈 감아 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영화를 보다가 문득, 나와 닮았던 그 시절 또 다른 유빈과 가영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지금도 행복한지 궁금했다. 그래도 나는 어찌 됐든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잘했다, 싶은…… 아무래도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충 뭉개고 살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나를 건드린다. 불편함과 답답함과 씁쓸함으로 가득한 18분의 시간이 18년을 산 것인 양 순식간에 늙어 버린 기분이다. 이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제넘는 얘기지만,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의 시간이 당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혹시 이 영화를 보며 당신에게 그 무엇도 전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나처럼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나처럼 욕망이 사라져 권태의 늪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그 시절이 내 삶에서 가장 치열했던 것 같다. 갖고 싶은 것도 악착같이 지키고 싶은 것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으니까. 어쨌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유빈도 가영도 미워할 수 없다.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