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본선 장편경쟁

황윤 | 2022 | Documentary | Color | DCP | 102min (K)

SYNOPSIS

영화감독 윤은 2006년, 갯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새만금간척사업이 강행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갯벌이 말라 버린다. 상실감을 느낀 윤은 촬영을 포기한다. 10년 뒤 윤은 운명처럼 ‘새만금의 도시’ 군산에 이사를 오고, 동필을 만난다. 시민조사단의 일원인 동필은 20년 동안, 갯벌에 멸종 위기종 새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를 모아 왔다.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아빠를 따라 도요새를 찾으러 다녔던, 동필의 아들 승준은 어느새 아빠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생명의 증거를 찾는다. 동필은 오래전 보았던 도요새의 군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동필의 이야기를 듣고 매혹이 전이되는 것을 느낀 윤은 포기했던 다큐멘터리를 다시 시작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국책사업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기록’하는 행위로 저항하는 시민들의 이야기이자,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요새의 군무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가 느꼈을 경이로움과 그리움, 상실감이 나를 압도했다. 그것은 내가 7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기억할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도 기록한다. 기억과 기록의 힘을 믿으며.

FESTIVAL & AWARDS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황윤

황윤

2001 작별
2006 어느 날 그 길에서
2015 잡식가족의 딜레마

STAFF

연출 황윤
제작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 나무
프로듀서 김성환
각본 황윤
구성 김성환
촬영 김정근, 황윤, 김성환, 신임호, 선환영, 부성필
편집 김형남, 김성환, 황윤
음악 이호석
출연 오동필, 황윤, 오승준, 김도영

PROGRAM NOTE

<수라>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생을 모색하는 여정에서 시작해 공장식 축산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확장하며 점점 깊이를 더해 가던 황윤의 영화 세계가 어떤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진경(眞景)이다. 군산으로 이주하며 운명처럼 다시 만난 새만금에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며 기록해 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남아 있었고, 2006년 마지막 물막이 공사 이후 수명을 다한 줄 알았던 갯벌은 귀한 새떼들이 모여드는 생명의 터전이자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별처럼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는 은하계처럼 빛나고 있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새만금을 찾은 감독은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제는 고인이 된 이강길 감독을 떠올리고, 갯벌을 지켜 온 사람들의 진심과 간절함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담긴, 인간의 천박한 욕망 따위가 해할 수 없는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심장박동처럼 펄럭이는 도요새의 군무가 선사하는 황홀하고 경이로운 이미지가 스크린을 압도하고 가슴을 두드린다.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힘겹지만 정의로운 여정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하는, 백 마디 말보다 강한 파동과 울림.

김영우/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