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들에게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강연하 | 2008|Fiction|Color|35mm|20min 10sec | 독립스타상-배우 이채은

SYNOPSIS

마트를 벗어나고 싶은 수진. 수진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그 녀’들.

DIRECTING INTENTION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그 현실에 발 디디고 똑바로 섰을 때,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진을 믿는다.

FESTIVAL & AWARDS

2009 5월 단편상상극장 “흔들리는 사람들”

DIRECTOR
강연하

강연하

2007 < 괜찮아, 우리 >

STAFF

연출 강연하
제작 박근영
각본 강연하
촬영 조영직
편집 강연하
조명 윤상신
미술 복운석
음향 김율수
출연 이채은, 강연정, 홍윤미

PROGRAM NOTE

<수진들에게>는 ‘수진’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많은 개인‘들’의 욕망에 집중한 영화다. 애초 쇼핑카트로부터 시작해 주인공 수진의 얼굴로 안착하는 인트로의 카메라 워크는 우리가 마트라는 공간을 사고할 때 스스로를 ‘소비의 주체’로 밖에는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수진들에게>는 소비 주체들이 욕망을 채우는 마트라는 공간에서, 개인적 특성 없이 뭉뚱그려져 배경으로 인식되는 객체적 개인과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설적 욕망에 천착한다.
수진은 대형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적은 월급과 위태로운 근무조건은 타인을 생존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에 수치심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진심을 담은 걱정은 주제넘게 건네는 위로처럼 보이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욕망은 메마른 감정을 부추긴다. 감정이 생존의 뒤로 밀린 삭막한 삶의 가운데, 수진은 종종 외롭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수진의 시선을 끄는 것은 카트를 밀고 있는 손님의 명품가방이다. 수진이 갖고 싶은 것이 가방인지 가방을 가질 수 있는 상황 그 자체인지 알 수는 없다.
<수진들에게>는 생활에 치여 어느 한 구석에 버려졌던 감정들을 매만진다. 외로움이 목구멍을 타넘어오는 순간, 그 공허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 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 타인의 시기 어린 시선이 나의 존재가치를 반증한다고 믿는 이 곳에서는 수진도 자신의 가치를 ‘쇼윈도 안의 블라우스를 살 수 있는 경제력’으로 대변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 블라우스가 없으면 존재가치도 없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 수진들에게 >는 영화 속의 ‘수진’과 또 다른 수진‘들’이 가진 뒤틀린 욕망의 교차점을 포착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수많은 수진‘들’이 나눌 수 있는 묘한 감정의 연대를 공유한다. 이 영화는 이 시대의 모든 외로운 수진‘들’에게 보내는 감독의 위로 한 조각이다.

김수연/서울독립영화제2009 홍보팀장